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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해 보이지 않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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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해 보이지 않는 발언

〔벼리의 돋보기〕웬 뜬금없는 김병량 시장 책임론?

벼리 | 기사입력 2008/12/01 [17:41]

순수해 보이지 않는 발언

〔벼리의 돋보기〕웬 뜬금없는 김병량 시장 책임론?

벼리 | 입력 : 2008/12/01 [17:41]
옛날에는 그랬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역사다. 혹은 반대로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역사다. 이것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역사다. 보통 사람들의 흔한 역사적 사고다. 내가 보기엔 적지 않은 역사가들도 이런 보통 사람들에 속한다.

이런 역사적 사고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진다. 첫 번째, 그것은 현재의 인식론적 틀로 과거를 구성하고 해석한다는 점이다. 있는 역사가 아니라 만들어진 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사후적으로 역사를 보는 것이다. 사후적인 시점(視点)으로 역사를 보는 것은 아주 쉽다. 쉬운 만큼 그것은 상투적이다. 이것이 두 번째 특징이다.
 
▲ 1일 시정질의를 통해 정용한 의원이 1공단 개발과 관련해 민선2기 김병량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민선3기와 4기를 이끌어온 이대엽 시장의 책임에 물타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덕원

이런 상투적인 역사적 사고는 오늘날 ‘발전’이니 ‘진보’니 하는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치장하고 또 정당화한다. 성향이 좌파적이든 우파적이든 조금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발전했고 진보했다는데, 내일이 오늘보다 발전하고 진보한다는데 순진한 사람들은 그 앞에서 그만 넋을 잃고 만다. 만들어진 역사 곧 날조된 역사인데 말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이런 상투적인 역사적 사고에 현혹당하는 이유는 실은 아주 간단하다. 이런 역사적 사고에서는 예외없이 후대의 역사가 전대의 역사의 목적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역사는 오늘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역사는 당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역사 끝!’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only for you!'

사후적인 역사적 사고는, 그러나 역사에 대한 관념적인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뒤틀린 사변일 뿐이다. 마르크스는 이 역사의 목적이란 것에 대해 “후대 역사로부터의 추상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는 사후적으로 역사를 파악하는 것은 역사를 도착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아포리즘을 들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투적인 역사적 사고의 경우를 시의회에서 보았다. 수정구 한나라당 정용한 의원이 성남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1공단문제를 접근한 경우에서다. 1일 성남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을 통해 그는 1공단 공원화를 위한 1공단부지 매입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와 이를 전제로 민선2기 김병량 시장을 끌어들여 그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왜 민선2기 김 시장이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마치 1공단문제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대세론이 된 듯한 1공단 공원화를 위한 1공단부지 매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 시장을 이 관점과 어긋났다고 보고 책임을 물어도 괜찮은 것처럼 들린다. 죽은 사람 곤장 치는 심보가 아닌가 하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그러나 아니다. 이것은 명백히 사후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사후적인 인식은 반드시 오늘은 그렇지 않은데 옛날에는 왜 그랬을까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김 시장을 끌어들여 왜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가정을 하고 있다. 역사에 과연 가정을 할 수 있을까. 역사를 고찰하는 데서 가정이란 몽상의 외투에 불과하다.

김 시장이 당시 상황에서 1공단문제와 관련해 구상한 그 공공성의 내용과 그 의미를 그는 알고 있을까. 민선3기의 흐름이 그것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의 차이를 그는 알고 있을까. 역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상황이란 언제나 그 누구도 그냥 통과할 수 없는 것, 말하자면 표상되지 않는 ‘물자체’(칸트)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선3기에 벌어진 일이나 상황도 충분히 정리가 되지 않았을 초선의원이 어떻게 민선2기 시장에게 책임을 따질 수 있을까. 혹시 실제 효과 면에서는 나를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구축해온 대세론에 넌지시 자신을 실으며 싹쓸이매입에 특혜성 용도변경 의혹으로 성남지역사회를 능욕한 1공단 개발업자, 그에 사실상 손발을 맞춰 민선3기와 4기를 이끌어온 이대엽 시장의 책임에 물타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또 김 시장 책임론은 그가 신영수 의원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신 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1공단문제와 관련해 민선2기에서 벌어진 일과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서 1공단부지 활용방안이 포함된 구시가지 중앙로를 중심으로 성남의 명동을 만들자는 이른바 중앙로 프로젝트를 지역사회에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이번 시정질문에서 김 시장 책임론에 덧붙인 제안은 신영수 의원의 중앙로프로젝트에서 1공단부지 활용방안만을 뚝 떼어낸 것이다. 신 의원이나 또는 그의 보좌진 중 누가 최소한 귀뜸해주지 않고는 왜 김 시장 책임론이 제기되고 신 의원의 1공단부지 활용방안이 동시에 나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그의 처사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같은 선거구인 민주당 윤창근 의원이 줄기차게 1공단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어온 것과는 달리 그는 이번 시정질문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에 대한 시기일까. 본회의장에서 시정질문을 했다는 것을 근거삼아 선거구민들에게 나도 했다고 생색내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나는 오랫동안 1공단문제의 흐름과 그 흐름을 만들어낸 사실들, 상황들을 주시해왔고 시민의 관점에서 그것들을 보려고 애를 써왔다. 성남시장이 되려는 사람의 도전도 겪으면서 그렇게 애를 써왔다. 그런 태도에서는 그다지 순수해보이지 않는 사후적인 인식을 끌어들여 느닷없이 김 시장 책임론과 신 의원의 주장을 동시에 입에 올리는 것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역사는 서로 다른 시기들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차이에서 읽혀진다. 생각이 다르고 과제가 다르며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 속에서는 오히려 발전이나 진보가 아니라 반복적인 어떤 것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민선2기와 민선3·4기를 함께 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속에 방점을 찍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관점에 대응하는 하나의 대상만을 갖는 역사도 역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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