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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소리없이 보다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10 [00:57]

연꽃, 소리없이 보다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10 [00:57]
▲ 연꽃, 소리없이 보다. (9일 연꽃축제가 열린 여술마을 연꽃단지에서)     ©우리뉴스

왜 사람들은 연꽃을 보러 갈까?  왜 나는 연꽃을 보러 갈까?

연꽃은 우선 다른 꽃들에 비해 생리적인 특성이 있다. 꼼꼼이 살펴보면 꽃과 열매인 연밥이 함께 생긴다. 꽃이 시작이라면 열매는 끝. 시작과 끝의 동시성을 알게 한다. 이런 꽃은 드물다.

대개의 사람들은 피는 꽃에 눈길을 준다. 시작에 취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연꽃은 열매인 끝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 알게 한다. 어떤가? 세상을 닮아 있지 않은가. 세상의 암호를 푸는 법과 흡사하지 않은가.

또 연꽃은 진흙 속에 산다. 연꽃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늘 더러운 진흙의 이미지를 전제한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을 꽃으로 번역한 것. 그래서 유달리 다른 꽃들보다 훨씬 아름답거나 순결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연꽃은 순수함의 극치를 상징적인 의미로 담고 있고 티끌세상을 마다하지 않는 보살, 성자, 고결한 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연꽃과 진흙 사이에서 어느 쪽이 연꽃의 진짜 얼굴인지는 헷갈린다. 진흙의 번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헷갈림은 피할 게 아니다. 꽃과 진흙의 상관관계를 보지 못하거나, 서로를 떨어뜨리는 분열의 눈길보다는 백배천배 낫기 때문이다.

이 헷갈림에 능숙해지면 이른바 '기우뚱한 균형'을 잡게 되는 게 아닐까? 특히 연기적인 사유에서 연꽃은 시작과 끝의 동시보기, 기우뚱한 균형잡기의 도상기호로 쓰인다. 연꽃은 이 점에서 방편의 의미를 전한다. 방편이라?

유명한 '뗏목의 비유'가 그것이다. 뗏목으로서의 방편은 강을 건너고 난 다음에는 버려야 할 것인가? 강을 건너고 난 다음에는 마땅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방편은 동시에 버리지 못하는 뗏목이기도 하다. 강을 건너고 난 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놓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뗏목은 강을 건너고 난 다음에는 버려야 한다. 그러나 남을 위해서는 놓아두어야 한다. 이것이 유명한 뗏목의 비유, 바로 방편의 의미다. 이런 가볍지 않은 의미를 전하는 꽃이 연꽃이다.

들뜬 마음, 흔들리는 몸을 가라앉히면서 연꽃을 마주해보라. 나직한 발걸음, 고요한 마음으로 연꽃을 보라. 문득, 자신을 돌아보라.

'연꽃, 소리없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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