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대선 때의 한반도 대운하(4대강 사업)와 같은 대형 토목공사를 간판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기반 시설(도로, 항만, 물류 등)은 이미 경제 수준에 비해 잘 갖춰져 있는 편이어서 더 이상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노후된 시설을 잘 유지, 보수하고 관리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불안한 원자력 발전의 대안으로 미래형 에너지정책을 내 놓아야 하는데 그것이 다소 미진해 보인다. 돈이 많이 들어가게 생긴 공약을 뜯어보니 단연 사회복지와 교육(반값 등록금, 교육 개혁)이다. 사회복지는 경쟁에서 밀려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교육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놀고먹으려는 경향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른바 ‘복지병’에 대한 우려도 근거 없는 낭설임이 입증되어, 복지의 확대가 망국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학자와 정치인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후보들이 무상보육을 계속하겠다고 공약하고, 의료비 자부담 상한선을 제시하며 취약 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 자체만으로는 가히 획기적이어서 그 중 일부는 보편복지의 수준에 가까운 것도 있다. 후보들의 사회복지 공약이 그대로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후보가 속한 정당이 그것을 그대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이고 후보가 원한다 해도 국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면 법률과 예산으로 제대로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실행이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앞의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다 해도 국가의 예산이 부족하면 이 역시 도루묵이다. 5세아 무상보육의 경우만 하더라도 재작년에 국회입법으로 시행을 해 왔으나 예산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 주지 않을 경우 현재처럼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재정 부담을 계속 지울 경우 지방재정이 악화되면서 무상보육이 취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보편복지>는 선거 때 반짝하고 내세우는 정치공약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전사회적인 시스템이다. 보편복지를 실시하는 서유럽의 평균 담세율(수입 중 세금비율)이 45%인데 평균 담세율이 겨우 20.1%에 지나지 않는 우리 형편으로는 보편복지가 아니라 선별복지(복지수혜 대상자 중 일부만 지원)를 하기에도 힘겨운 재정이다. 없는 재정에 복지를 확대하려면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여서 전용하거나 세금을 더 걷어서 국가 재정수입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느 후보도 기존 예산을 줄인다거나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말을 선뜻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MB 정부가 지난 5년간 해 온 재벌 감세를 중단하겠다는 민주당의 정책이 유일하다. 지난 5년간 유일하게 떼돈을 번 곳이 재벌(대기업군)이므로 재벌에 대한 세금을 확대하여 추가로 필요한 복지재정에 사용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선심성 복지공약은 말 그대로 공허한 약속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속한 정당이 그동안 사회복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는지 아니면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는지와 함께 복지예산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법을 가졌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대표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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