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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도롱뇽과 당신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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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도롱뇽과 당신은 무엇이 다른가?"

[황규식의 세상보기] 도롱뇽 소송을 지켜보면서

황규식 | 기사입력 2004/12/07 [08:07]

"천성산도롱뇽과 당신은 무엇이 다른가?"

[황규식의 세상보기] 도롱뇽 소송을 지켜보면서

황규식 | 입력 : 2004/12/07 [08:07]
▲황규식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     © 성남투데이
지난 11월 29일 부산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에 대한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하여 각하 및 기각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공사는 30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지율스님에게 그동안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단식을 중단하고 재판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은근히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지율스님은 상고할 뜻을 비췄고 지율스님은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도롱뇽소송’에 대해서 그런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혹 소문을 들었거나 언론보도를 통해 간간이 접해본 사람들도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대부분 반문했을 것이다. 그만큼 도롱뇽소송은 우리들의 상식과 현실로부터 거리가 먼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도룡뇽소송’이란 정부당국이 고속철도 공사를 계획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진행하여, 이대로 공사가 진행될 경우에는 12개의 계곡과 22개의 고층습지들로 구성되어 있는 천혜의 생태보고인 천성산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인식한, 천성산 내원사의 지율스님을 주축으로 공사중단을 제기한 소송이었으며, 고속철도 공단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있지만 실제로는 천성산에 살고있는 꼬리치레 도롱뇽을 소송주체로 내세웠고. 무려 30만명 정도의 ‘도롱뇽의 친구’들이 소송주체로 동참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소송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고심 끝에 그런 결정을 한 듯하다. 지율스님에 의하면, 처음에 심리과정에서 재판부는 마치 변호사와 같이 고속철도 공단 측의 부실한 계획과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추궁하였고, 애초에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양측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이 제안에 협조하지 않는 측에 불리한 판결을 하겠다고 까지 판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율스님을 포함한 소송주체들은 이번 항소심에 상당한 기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리과정의 태도와는 달리 철도공단 측의 주장을 반영하여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터널공사 중단으로 고속철도의 완전개통이 미뤄지면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이익이 감소되는 등 막대한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면서 “ 굴착공사로 초래될 환경침해의 개연성은 현저히 낮아 보이고 따라서 이 공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위법한 환경이익의 침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결국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여 위와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자던 환경단체 측의 요구는 묵살되었다.  
 
지율스님 등 소송주체들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비췄다. 그리고 지율스님 등이 문제삼는 것은 판결의 내용이 아닌 듯하다.  애초에 재판부가 얘기했던 대로 재판이 진행되었다면 그 내용에 관계없이 그 결론에 승복했을지도 모른다. 지율스님이 문제를 삼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절차와 과정에서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지율스님은 현재 4번째 단식중이다. 그가 이러한 단식정진을 결심하게된 이유는 환경부의 약속파기와 도룡뇽소송 항소심 담당재판부가 소송의 조기종결 뜻을 밝힌 때문이라고 한다.
 
지율스님이 58일간의 죽음을 뛰어넘는 초인적인 단식을 감행했을 때 환경부장관은 단식 57일째에야 나타나 공단과 환경단체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국민 앞에서 약속하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재판부가 공동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전문가 3명으로 하여금 2박3일간의 일방적인 현장조사와 공단에서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천성산에 고속철도가 관통하더라도 습지와 지하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라는 결론을 기습적으로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재판부도 그 이후 공동으로 환경영향평가 후 공사재개 검토라는 입장에서 선회하였다. 또한 조정안으로서 공사재개와 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하는 안을 제시하였지만 그것은 애초의 약속과 다른 것이어서 환경단체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지율스님은 단식에 관한 한 세계기록보유자라고 한다. 40일이 넘는 단식을 3번이나 하였고, 그 중에 세 번째는 58일간이라는 범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기간동안 단식을 감행하였다. 이에 대해서 눈살을 찌푸리거나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율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상식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지 않고 상호 합의한 약속들을 불이행할 때 제가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라고. 노무현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공사중단과 노선재검토’라는 공약을 하였지만 결국 그것을 지키지 못했으며, 고속철도공단은 애초에 엄밀하게 해야 할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하였고, 수차에 걸쳐 환경단체와의 약속을 어겼으며, 환경부장관 또한 환경단체와의 공동조사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림으로써 지율스님과 국민을 배신하였다. 그래서 지율은 “ 제가 다시 거리로 나설 때는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을 때입니다. 도룡뇽 소송은 그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절차와 과정 또한 무시돼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지율은  그 정도면 되었다고 하면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왜 상식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율스님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메세지는 ‘생명에 대한 각성’인 것 같다. 그는 천성산에 대한 고속철도 공사소식을 알고나서 천성산에 살고있는 뭇생명들이 구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 그는 그들을 대신하여 천성산살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사람이 중요하지 그런 하찮은 생명들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목숨을 거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또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데 그까짓 환경이 좀 훼손되면 어떠냐”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새정부 로드맵이 선정한 10대 과제 중에는 환경분야가 누락되었으며, 집권이후에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각종 정책 속에서 녹색가치는 배제되어 있었다. 결국,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정책에 참다못한 환경단체들은 지난 11월 10일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고 노무현정부의 반환경정책 철회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율스님은 천성산에 살고있는 도룡뇽과 자신의 생명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듯하다. 아니 천성산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이며, 자신의 생명이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듯하다. 물론 그런 느낌은 천성산과 그 속에 있는 생명체에 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이다. 이는 모든 생명현상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보고 모든 생명체에 대한 자비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흔히 21세기의 화두는 환경이라고 한다. 하나 필자는 환경이라는 개념은 현상적 인식이라고 본다. 진정한 환경운동은  단지 나무를 심거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자 하는 운동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우주생명이니 온생명이니 하는 개념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인간을 포함한 뭇생명의 본질에 대한 진정한 자각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율스님이 제기하고있는 생명에 대한 각성과 초록에의 공명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어느 신문에서 박혜영 인하대 교수는 지율스님을 2004년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프리카의 여성환경운동가인 왕가리 마타이와 비교하였다. 박교수는 지율스님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아프리카보다도 더 어두운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율스님은 스님이기 이전에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으며, 그 고통에 같이 손 내밀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희망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필자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필자는 박교수가 지율스님을 너무나 인간적으로 표현한 것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하고 싶다. 지율스님 스스로는 그러한 고통에 애끓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천성산에 멸종위기에 처한 도롱뇽에게 한없는 자비심을 보내듯이, 아직도 생명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개발과 성장주의의 유령에 젖어 생명의 젖줄을 파괴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는 지조차 모르고 있는 어리석은 세인들을 가슴아파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경제성장주의가 최고의 이데올로기가 되어있고, 경기부양을 위한 온갖 정책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인간이 노동을 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큰 목적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말해서 환경운동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로 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인간은 크다란 자연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992년부터 가동된 ‘환경위기시계’는 현재 9시를 가리키고 있다(지구파멸의 시각은 12시이다). 인류에게 남겨진 시간은 3시간밖에 없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이상기온과 해수면 상승,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 교차, 곡물생산량의 저하로 인한 식량위기, 물의 고갈과 오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창궐(사스, 조류독감 등), 자원의 고갈과 그것을 대비한 전쟁(이라크 전쟁 등) 등등이 시시각각 인류의 생존과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도 중요하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살리고 자연도 살리는 경제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저차원의 경제논리를 벗어나야 한다. 
 
천성산 도롱뇽소송은,  지금이 1992년 리우회의에서 제기했던 ‘지속가능한 개발’의 방정식을 제대로 풀어야 할 때임을 역설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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