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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맞벌이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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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맞벌이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다

[황규식의 세상보기] 엄마베개

황규식 | 기사입력 2005/05/16 [02:12]

모든 맞벌이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다

[황규식의 세상보기] 엄마베개

황규식 | 입력 : 2005/05/16 [02:12]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그런데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반’이 아니라 ‘벌써 반’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필자는 아마 가정의 달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나보다. 어쩌면 그것은 부모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던 불효함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자책감 때문이리라.
 
얼마전 미혼 직장인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혼 직장인 85%가 결혼 후 맞벌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아이도 2명 혹은 1명만 낳겠다고 한 사람들이 80%정도였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사람들도 10.8%나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고 싶기 때문이고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네도 맞벌이를 한다. 사회단체에서 상근을 했던 필자의 월급으로는 다섯 식구(필자네 식구는 부부와 일란성 쌍둥이 남자아이 둘, 그리고 장인어른이 계신다)가 먹고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자마자 맞벌이로 학원강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오전반도 아닌 종일반이어서 하루종일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질 무렵에야 집으로 온다. 아빠는 사회활동을 한답시고 허구한 날 늦었고 엄마는 학원일이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이들은 연로하신 외할아버지와 저녁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의 파수꾼 노릇은 하여도 친구가 되거나 교사가 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은 둘이서 만화도 보고 싸우기도 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그립고 아빠가 그립다. 특히 엄마가 그립다. 아이들이 엄마를 보는 시간은 아침에 잠시 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엄마가 그립다. 아이들은 졸음이 쏟아질 때까지 엄마를 기다리다 잠이 든다.
 
작년, 그러니까 아이들이 일곱 살 때 물어보았다.
“너희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좋아?”
한 아이가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엄마”
그러자 다른 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며 말하였다.
“하지만, 난 난 엄마베개가 더 좋아”
그러자 한 아이가 물었다.
“엄마보다 엄마베개가 더 좋아?”
그러자 다른 아이는 말했다.
“응, 엄마도 좋지만 엄마베개가 더 좋아. 엄마베개는 엄마냄새가 나잖아. 그리구 엄마는 우리 잠잘 때 없지만, 엄마베개는 있잖아..“
 
필자는 할말이 없었다. 아이들을 꼭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아내는 여전히 맞벌이를 한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필자가 가능하면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애를 쓴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를 보지 못하고 잠이 든다. 그들이 잠이들기전 으레 하는 일은 엄마베개 쟁탈전이다. 베개를 베고 자는 아이는 행복하게 잠을 잔다. 양보한 아이도 그 옆에서 기를 쓰고 잔다.

언젠가 필자는 그 베개냄새를 맡아보았다. 아내의 머리카락 냄새와 더불어 야릇한 냄새가 났다. 필자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를 단박에 알았다. 그 냄새를 맡으며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고 필자 또한 좋아하는 노래이다. 바로 “섬집 아기”다.
 
그 노래 속에서도 부부가 맞벌이를 한다. 아빠는 배타고 고기 잡으러 가고 엄마는 굴을 따러 바닷가로 나간다.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아니 엄마를 그리워하다 잠이 든다.
 
그 노래를, 지금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맞벌이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이 세상의 모든 맞벌이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가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
아가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한인현 작사/ 이홍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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