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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희생양

【조주현 교육칼럼】“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은 학생이 아니다…기성세대는?”

조주현 | 기사입력 2012/04/27 [09:43]

학교폭력의 희생양

【조주현 교육칼럼】“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은 학생이 아니다…기성세대는?”

조주현 | 입력 : 2012/04/27 [09:43]
▲ 디딤돌 조주현 대표교사     
작년 12월 학교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과 폭력으로 대구 중학생이 자살한 사건은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후 대통령까지 나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표명하였고 곧 이어 정부는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연이은 학생들의 자살과 사망으로 대책의 실효성은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성남 수정경찰서는 지난 25일 성남의 중학교 일진 등 학교폭력 관련 청소년 196명을 무더기로 검거하였다. 청소년 관련 단일 사건으로 한국사회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 규모도 그러하지만 경찰청장이 학교폭력 척결의지를 표명한 후 한 달 만에 200명에 가까운 중학생을 입건한다는 것이 언젠가 TV에나 나왔을 법한 ‘범죄와의 전쟁’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우리사회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이 공권력에 의한 ‘범죄와의 전쟁’으로 귀결되는가? 물론 실제 구속은 12명에 불과하다. 12명에 불과하다고? 십 여년 넘게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온 나에게 조차 중학생이 열 명 넘게 한꺼번에 구속되는 일은 들어 본 적도 없다.

경찰청장의 지시에 부응하기 위한 실적쌓기용 과잉수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학교폭력의 문제를 엄정히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의 수사나 처벌이 미약해서 학교폭력이 심각해 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찰의 법집행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형평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들끓는 사회적 분위기나 권력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즉, 학교폭력에 대한 경찰청장의 특별지시가 없었더라도 이번 입건된 196명에 대한 입건과 구속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본질은 학생이 아니다.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구조와 이것을 방어하지 못하고 끌려가고 있는 학교교육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 또한 기성세대에 있다.

폭력행위라는 눈에 보이는 잣대만으로 학생들을 무더기로 처벌한다는 것은 정작 책임져야할 기성세대의 책임회피를 넘어 어린 중학생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자괴감이 든다.

또한 이들은 아직 감수성이 여린 중학생이다. 꿈과 희망으로 가득 채워도 부족하다. 이들 어린 가슴에 단 한 명이라도 못 박을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그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해도 처벌받는 아이들의 인권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 /학교밖청소년배움터디딤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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