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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는 누구를 위한 희망버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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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는 누구를 위한 희망버스인가?

황규식 | 기사입력 2011/08/02 [03:20]

‘희망버스’는 누구를 위한 희망버스인가?

황규식 | 입력 : 2011/08/02 [03:20]
▲ 황규식 공인노무사.     © 성남투데이
【3차 희방버스 참가후기】
  30일 오후 1시 모란고개 민주노총 앞에서 희망버스를 탔다. 아니 희망봉고를 탔다. 참가자가 적어 버스를 대차하지 못하고 봉고를 렌트한 것이다. 지난 2차 때는 50여명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13명 정도가 참여했다. 특이하게는 15세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참여했다. 충청도 어느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학생은 부모님 친구 소개로 희망버스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일행을 태운 희망봉고는 성남을 벗어나 3번 국도를 통해 중부고속도로로 향했다. 휴가철의 시작이라 도로는 차들로 가득차 있어서 부산으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원래 6시까지 부산역에 도착해야 했지만, 우리가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9시가 훨씬 넘었다. 이미 부산역에서 문화행사를 마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영도다리를 건너 청학동성당으로 집결했거나 거기에 동참하지 못한 대오들은 여러 곳에 산개하여 결집하고 있었다. 우리일행도 부산대교를 통해서 한진중공업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미 경찰들이 검문을 하면서 차단하고 있어서 남포역 롯데백화점 앞으로 갔다.

롯데백화점 앞에는 우리와 같이 다리를 건너지 못한 1500여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서울, 수원, 창원, 울산 등등... 전국 경향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 거기에는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대학교와 같은 단체깃발을 들고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단체와의 연고도 없이 언론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도 많았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포함하여 가족단위로 참가한 시민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문화행사를 시작했다. 사전에 준비된 행사가 아니라서 즉석에서 발언자와 노래공연 신청을 받아 진행됐다.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과 정리해고철폐를 위한 연대사를 하기도 하고 발랄한 춤과 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다. 부산지하철노조 간부는 부산에 온 것을 환영하면서 유머 있는 발언으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행사도중 간간이 영도다리 건너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청학동 성당에 3000여명이 모여 문화행사도 하고, 거리로 나와 시위도 하고 다시 성당으로 밀려들어갔다고 한다. 12시가 넘도록 롯데백화점 앞에서 행사는 진행되었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의 마음은 빨리 한진중공업 앞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영도다리 입구는 전투경찰들과 보수단체들이 진을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택시만 들어갈 수 있어서 일부 참석자는 택시를 잡아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일행도 영도다리 쪽으로 건너가려 했으나 경찰들에게 가로막혀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백화점을 우회하여 부산대교 쪽으로 가니 그곳은 다행히 통제가 풀리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가면서 우리는 드디어 한진중공업 앞까지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입구 봉래사거리에서 경찰은 철통같은 방어벽을 치고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 우리는  다시 발검음을 멈춰야만 했다.
 
▲ 30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사람살리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3차 희망버스 환영 문화한마당'     © 성남투데이

경찰들은 대로만 차단한 것이 아니라 골목길도  모두 차단하고 있었다. 경찰병력은 도로를 차단하고,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세력들이 인도를 차단하고 있어서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끊임없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고심 끝에 우리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산복도로로 우회하여 청학동 성당으로 가기로 했다. 산복도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을 다니며 자취를 했던 그 동네 그 길이다. 다행히 산복도로로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마지막 검문에서 또 다시 걸렸다. 우리가 영도구 유림아파트 주민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영도구민을 입증하는  신분증제시를 집요하게 요구했고, 결국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한 우리들은 차를 돌려야 했다. 한진중공업 앞으로 갈수 없다는 실망감에 힘이 쭉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복도로를 지나면서 아래쪽에 한진중공업과 85호 크레인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고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봉래사거리로 다시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다들 배도 고프고 지치기도 하여 근처 골목의 식당을 찾았다. 주인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주었고, 희망버스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도 해주어 유난히 그 집 소머리 해장국이 맛있게 느껴졌다. 해장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우리일행은 다시 경찰의 차단벽을 우회해서 들어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렌터카 대여시간이 오후 2시까지인지라 아쉬움을 남기고 성남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올라오는 차안에서 피곤도 하였지만,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희망버스는 누구를 위한 희망버스인가? 200일 넘게 85호 크레인 위에서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희망을 주기위한 버스인가? 아니면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노동자와 이 땅의 정리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임을 확인하고 지지하기 위한 행렬인가?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아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훼손하고 노동자의 기본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마저 유린하는 MB정부와 대자본가에 대한 분노와 그것에 대한 연대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울 때 희망봉고는 빠른 속도로 밝아오는 여명 속으로 질주하여 4시간 반 만에 성남에 도착했다.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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