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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화려한 초콜릿보다 진실한 애정이 더 소중”

【현장취재】밸런타인데이 거리풍경 스케치…기념일보다는 상행위로 전락 의미 퇴색해져

곽세영 | 기사입력 2012/02/13 [08:09]

“비싸고 화려한 초콜릿보다 진실한 애정이 더 소중”

【현장취재】밸런타인데이 거리풍경 스케치…기념일보다는 상행위로 전락 의미 퇴색해져

곽세영 | 입력 : 2012/02/13 [08:09]
매년 2월14일,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10대부터 40~50대 어머니들까지 각종 초콜릿을 파는 편의점이나 백화점 등 곳곳의 상점을 찾는 발길들이 이어진다. 밸런타인데이는 대다수의 사람들 인식 속에 초콜릿으로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지정되어 있다 시피하다.

밸런타인데이는 고대 로마의 사제 밸런타인이 연애결혼을 엄격히 금지했던 서기 270년 2월14일에 서로 사랑하는 남녀를 도와주다가 이교도의 박해로 순직했던 것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온다.
 
▲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초콜릿을 진열해 놓고 파는 한 가게 앞의 모습이다.     © 곽세영

그러나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으로 ‘밸런타인데이 =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 정착되기 시작했으며,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여성이 초콜릿을 통해 좋아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써의 일본식 밸런타인데이가 정착되기 시작해 일본풍 밸런타인데이는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판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날을 기념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업체들에서도 유래조차 알 수 없는 기념일(3월3일 삼겹살 데이, 3월14일 화이트 데이, 4월14일 블랙데이-자장면 먹는 날, 5월14일 로즈데이- 장미꽃 주고받는 날, 9월 9일 구구데이- 닭먹는날,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등)등을 만들어 이를 통한 상행위로 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이해 취재기자가 13일 오후 서현역 상가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인들은 초콜릿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가게 앞에 보기 좋게 초콜릿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콜릿은 거의 대다수가 2~3만원 대로 어려워진 경기여파로 인해 호주머니가 가벼워서인지 예전보다 청소년들의 발길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10대 청소년들이 초콜릿을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껴졌다.
 
▲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화려한 장식의 초콜릿등이 박스로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다.      ©곽세영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은 “학생들은 미니쉘이나 2+1행사를 하고 있는 저렴한 것을 많이 사가고, 20~30대 분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로쉐(바위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의 초콜릿)같은 외제 초콜릿을 잘 사가는 것 같아요.”라며 “워낙 가격이 좀 비싸다보니 아무래도 편의점에서는 학생들이 구입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백화점과 편의점이 아닌 낱개로 따로 살 수 있는 문고나,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에 많이들 몰려 있었다. 낱개로 다양한 종류를 골라 상자에 직접 담아 포장을 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 보였다.

초콜릿을 담기 위해 상자를 구입하고 있는 한 학생은“밸런타인데이는 커플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솔로들에게는 지옥이에요.”라며 “초콜릿을 사는데 3만원 정도 들었는데...가격부담이 되지만 수제로 직접 만드는 것은 기념도 할 수 있고 남자친구가 좋아하니까 좋아요. 그런데 좀 과대포장해서 나오는 건 좀 상술인 거 같아요.”라고 지적했다.

또한 초콜릿을 팔고 있는 또 다른 20대의 아르바이트생은 “남자친구가 없으면 부질없지만 (남자친구가)있으면 마음도 확인할 수 있고 좋죠. 주고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요....”라며 다소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다른 20대 후반 여성은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지만 이런 날로 연인끼리 사랑도 확인하고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와 달리 30~40대 여성들은 밸런타인데이 기념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다. 백화점 안에 가격대가 높은 초콜릿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상점에는 30~40대 여성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직장상사 눈치 보느라 윗사람한테 선물하려고 사는 거지...그거 아니면 안사죠. 어렸을 때는 친구들끼리 정을 나누려고 했지만, 지금은 안 챙기죠. 또한 상술이라는 생각도 들고....”
 
▲ 10대 청소년 학생들은 가벼워진 호주머니 사정으로 낱개로 파는 초콜릿 매장에 발길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 곽세영

이들 여성들은 선물용으로 대부분 구입할 뿐 밸런타인데이 기념일에 대해 거의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초콜릿의 맛보다 외형 포장의 모양새를 더 중시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10대부터 30~40대 여성들까지 밸런타인데이를 비롯해 각종 중구난방으로 생기는 기념일과 과대포장해서 나오는 상품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무슨 데이, 무슨 데이....등등. 다른 각종 기념일들이 나오는 건 상술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한 인형을 넣는다 거나해서 과대포장을 하고 가격을 턱없이 높이는 행위는 가급적 지양하고 조금 더 실속이 있는 상품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한 마트 앞에 진열되어 있는 포장된 초콜릿 바구니의 가격은 대부분 3만 원대 이상이었고, 나머지 저렴한 것들은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채 낱개로 팔고 있었다.

A마트의 모 사장은 “초콜릿은 원가에서 변동 없이 그대로 팔고 있어요. 포장가격이 다소 비싼 거지. 포장에 인형이나 다른 종류의 액세서리가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또 케이스가 비싼 것도 있으니까 가격이 올라가는 거예요.”라며 과대포장에 대한 지적에 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상인들은 기념일을 맞이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덤 행사에다가 각종 할인 판매 등의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고, 구입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념하기 위한 내용물보다는 과대포장으로 인한 가격의 상승과 날로 더해가는 상술이 판치는 기념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성이 짙어지고 있다.
 
▲ 서현역 인근 한 제과점에서 초콜릿을 고르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 곽세영

시민들은 밸런타인데이의 당초 유래에 맞게 밸런타인데이가 연인들 간의 변함없는 애정의 마음을 확인하는 기념일로, 비싸고 화려한 초콜릿이 아니더라도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듯하다.  

이에 대해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성남지부 김경의 지부장은 “팬시점, 문구점 등에서 파는 초콜릿은 각종 화학약품을 섞은 초콜릿들이 많아 위생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청소년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몇 만원 가량의 돈을 쓰면서 낭비하는 것은 잘못 된 소비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또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자기 주도적이 아니라 기업의 영업마케팅에만 휩쓸리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어릴 때부터 소비자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교육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올바른 소비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밸런타인·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초콜릿·사탕 제조업체 116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초콜릿과 캔디 제조업체 11곳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점검 결과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1곳, 표시기준 위반 1곳, 생산·작업기록 미작성 4곳, 건강진단 미실시 1곳, 자가품질검사 미실시 1곳, 기타 식품위생 위반 3곳 등이 적발되어 식약청은 이들 업체를 해당 기관에 행정처분 요청하고 제품 60건을 수거해 위생 검사도 실시하고 있어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상행위가 이제 국민건강권까지 위협할 정도로 고 날로 기승을 더해가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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