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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22 [23:48]

물가에서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22 [23:48]

▲내 새끼들이다. 늘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 즐거움은 제 본성대로 살아갈 때 함께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우리뉴스

 
며칠 째 약해진 몸을 박차고 어린것들을 데리고 물가에 갔다. 장마에 씻긴 시냇물은 빠져죽어도 시원할 만큼 맑다. 에비가 수영을 하는 탓에 어린것들은 곧잘 에비 흉내를 낸다. 아직은 얼마 가지 않아 물 속으로 처박힌다. 그래 잘들 익혀라! 내 새끼들!
 
물고기처럼 떠다니며 물 속 구경을 했다. 팔뚝만한 잉어가 빠르게 도망간다. 바닥에는 조그만 밀어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길을 스쳐가는 은어가 보인다. 장마에 강을 타고 올라온 것이다. 저녁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은어임을 생각하니 참으로 반갑다. 손바닥 길이다. 한두 놈이 아닌 여러 마리. 그러나 은어는 떼를 짓지 않는다. 그래서 노는 짓이 호젓하거나 외롭다. 
 
물고기가 낄만한 바위덩어리를 들춘다. 노리끼리한 동자개가 곰실거린다. 손으로 건드렸다간 톱에 잘리는 통증을 감수할 터. 바위덩어리를 들출 때마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보였다. 퉁가리, 붕어, 꺽치, 기름종개, 매자, 모래무지 등등. 불거지가 섞인 피라미떼들은 수시로 눈길을 스치며 지나갔다.
 
물 속 세상은 참으로 물고기 세상이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난 뒤 어린것들에게도 물 속을 구경하자고 권했다. 어린것들에게서 이따금 환호성이 터진다. 자신의 눈으로 보는 이런저런 물고기들이 신기한 탓이리라. 물 속에서 물고기를 보는 것은 어린것들로 하여금 또다른 세상을 느끼게 해준다. 물 밖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바 아니다. 그것은 몸으로 익힘, 바로 그것이다.
 
배가 출출해진 어린것들과 함께 물 밖으로 나와 에미가 싸준 찐 감자를 몇 알씩 껍찔 까 먹었다. 이따금 푸른 빛 나는 꼬리를 가진 물잠자리가 날아와 앉았다 날아가곤 했다. 오랫만에 물가에서 어린것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물 속에 '첨벙' 뛰어들어가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것들을 지켜보며 바램이 인다. 저 어린것들이 늘 저렇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 즐거움은 제 본성대로 살아갈 때 함께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래, 에비로서 저 어린것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뭘까? 어린것들의 본성을 가능하면 자주 흔들어야겠다는 것이다. 흔들려봐야 제 몸이 본성을 좇아 느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에서 사는 것처럼, 그것이 재주가 아니라 본성인 것처럼.
 
이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있다. 바로 '자연의 책'을 몸으로 읽게 하는 것. 어린것들에게 자연체험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는가. 저 어린것들의 에비도 삶을 지탱하는 가치의 9할은 자연에서 몸으로 배우고 익히지 않았던가. 그래, 저 어린것들이 본성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재주나 익히는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재주 있는 놈들 쳐다보지 말고 제 몸의 본성을 좇아 살았으면, 하여 늘 즐겁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물 밖의 물고기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쁜놈들,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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