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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가장 두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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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가장 두려운 것

〔벼리의 돋보기〕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명박후보

벼리 | 기사입력 2007/11/19 [21:57]

대선, 가장 두려운 것

〔벼리의 돋보기〕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명박후보

벼리 | 입력 : 2007/11/19 [21:57]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또는 사생활과 정치세계는 뚜렷이 구분된다. 전자가 숨겨질 필요가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영역이라면 후자는 공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왜 이런 의미로 사생활과 정치세계를 엄밀하게 구분하는가? 정치세계야말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인 공공성을 추구하는 세계라는 점에서 인간 실존의 최고 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간 실존의 최고 가능성이라니? 그것은 돈인가? 아니면 권력인가? 아니다. 명예다. 고결한 정치적 행위를 통해 당대는 물론 당대를 넘어 역사로 이어지는, 그런 고결한 것이 바로 명예다.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BBK문제만 넘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조덕원

명예를 추구하려는 사람은 정치세계로 넘어올 때, 공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는 사실들, 정보들이 충분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것이 명예를 추구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는 대신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다. 이것이 바로 ‘검증’이다. 왜 검증이 중요한가? 그를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서? 아니다. 검증되지 않거나 검증이 부실할 경우, 정치세계는 필연적으로 오염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영역이 아님에도 숨겨지는 것이 있어서다. 왜 그런가? 정치세계에서 등장하는 인격은 남김없이 타들어야 하는 촛불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에 기여하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들, 가치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드러내야 하는 세계가 정치세계 아닌가.

뿐만 아니라 자신과 경쟁하는 경쟁자들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과 행위를 지켜볼 뿐 아니라 냉엄한 평가와 심판을 내리는 공동체 전체 성원들 또한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세계란 인격의 전부를 보여주고 그 전부가 보여지는, 그런 세계다. 만약 정치세계로 넘어와서도 공적으로 드러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겨놓은 게 있는 자라면, 정치세계로 넘어오기 이전이나 넘어올 무렵 충분히 마쳐야 할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회피하고 있는 자라면, 그의 행위가 촛불처럼 남김없이 타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대체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명예를 추구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은 자답게 스스로 허물을 내놓기는커녕 찔러야만 마지못해 허물을 내놓고 허물이 드러나는 경우에나 사죄를 하는 자라면, 그의 말과 행위는 경쟁자들의 비난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 복수의 행위자들이 출현하는 정치세계의 속성상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탓이다. 무엇보다도 경쟁자들의 비난을 넘어 공동체의 성원들이 그에게 믿음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그의 말과 행위는, 그가 설령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할지라도 결코 ‘령(令)’이 설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후보로 결정한 이명박 후보가 정확히 이런 경우다. 이 점 정확히, 얼음장같이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추구하는 자리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우리가 운명을 걸고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갈 우리의 공동체, ‘우리나라’의 명운이 직결된 자리가 아닌가. 그 어떤 공직과도 비교할 수 없으며 그가 주장하는 바 경제대통령만으로는 결코 풀이되지 않는, 그런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충분히 예견해볼 수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될지라도 그로부터는 우리나라를 움직일, 우리를 움직일 령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우리 내부로부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에 관해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이 서지 않음으로써 초래될 국가적, 사회적 파장들에 대해 심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비상한 사태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후보가 누군가? 이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가 아닌가! 세상에 이런 대통령 후보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될지라도, 대체 그런 대통령의 말에 우리들 중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대체 우리들 중 누가 그를 믿고 따르겠는가! 따라서 이런 후보를 우리가 명운을 걸고 살아야 할 우리나라의 대통령 후보로 내놓은 한나라당의 결정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전 한나라당 총재이자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등장으로 한나라당은 자당의 경선이라는 당내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거론하지만, 그것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가치일 뿐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결정이 놀랍다는 우리의 주장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후보는 BBK문제만 넘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는 말한다.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다”고. 그런가? 아니다. 틀렸다. 대선에서 그를 포함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에게 그의 말은 솔직히 협박으로 들린다. 그의 말이 그의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한 것일지라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판단하고 그에 대한 선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런 말을 토해내는 그에게 우리가 그의 안중에도 없는 사소한 존재들로 보일 뿐이라는 것을 느낀다. 지금 우리는 판단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정치세계에서 정치적 판단이 정치행위의 정점에 있는 것처럼 대선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판단 역시 중대한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이런 관점에서 그에 대한 검증문제와 관련해 상식을 가진 우리는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에 대한 일정한 판단틀을 가질 수 있다. 태풍의 눈이라는 BBK문제의 결론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만으로도 우리에게 형성되고 있는 이런 판단틀 안에는 물론 개인적인 편차들도 존재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민주주의란 쏠리고 조작되기 일쑤인 여론에 휩쓸려갈 수만은 없다. 다양한 개인들의 고유한 의견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진짜 민주주의일 것이므로. 지금 우리의 판단틀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대통령이 될지라도 그로부터는 령이 서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따라서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생각하는 우리가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결코 양보될 수 없는 근본명제가 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것, 그 누구의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근본명제를 한시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리를 그 누구도 흔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 역시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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