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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으로 기존 보금자리 없어져”

<현장르포>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현장을 가다

오인호 | 기사입력 2010/04/02 [22:54]

“보금자리주택으로 기존 보금자리 없어져”

<현장르포>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현장을 가다

오인호 | 입력 : 2010/04/02 [22:54]
내 집 마련의 꿈은 누구에게나 희망찬 일이다. 성남과 같이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보금자리 주택은 바로 그러한 서민들의 로망이었다. 1차와 2차 보금자리 주택은 그린벨트 지역을 수용하여 보금자리 주택을 지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3차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성남시 고등동과 시흥동의 경우는 더욱 다르다.
 
▲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따라 주민공람이 실시되고 있는 고등동 주민센터 회의실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성남투데이

지난 31일 국토해양부의 제3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로 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다”였다. 그 동안 그린벨트가 풀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나 이 지역 주민들은 고도제한 완화 발표만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이번 보금자리 주택지역 지정으로 인하여 고등동과 시흥동 주민들은 찬반양론으로 갈리는 실정이다.

소위 ‘터토지’라고 부르는 남의 땅을 빌려서 집을 지은 사람들과 하천부지에 점용료를 내고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과 세입자들에게는 아파트가 생긴다는 희망으로 인하여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곳에 땅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천청벽력과도 같은 발표였다.

실제 가격과 토지 수용가의 차액이 크다면 이들에게 경제적 손실은 대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로변은 시세가 평당 2천만원을 호가하고 있고 1종 주택지역의 경우 1천만원대에 이른다. 그러나 예상되는 수용가는 지난번 기준으로 도로변은 1천 4백 정도 그리고 1종 주거지역은 8백에서 9백이라고 한다면 그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취재진이 2일 오후 고등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주민공람이 시행되고 있는 고등동 주민자치센터를 직접 방문해 현지 주민들 의견을 확인해본 결과 최대 관심사는 토지보상과 함께 지금가지 살아왔던 주민들의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었다.

때 마침 주민공람이 실시되고 있는 고등동 주민자치센터 회의실에는 LH공사 관계자가 주민공람을 위해 찾아오는 고등동 주민들에게 개발계획 등 정부발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 정부의 제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일대.     © 성남투데이

고등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주민들 반응에 대해서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대해 찬반 양론이 공존하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보상 조건이 발표된다면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하였다.

이날 고등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고등동 노인회 정동만(73세) 회장은 “땅 주인과 집을 소유한 있는 사람들에게는 손해일 것이다. 우리들 대다수가 여러 대 째 이곳에 살아오고 있다. 나도 300년 째 이곳에 사는 사람이다. 그 동안 함께 모여 살아왔던 사람들이 헤어져 살게 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서민들을 위한다고 새로운 보금자리주택지구지정으로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는 것에 대해 몹시 불안해하고 있고 재산상의 불이익 때문에 걱정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기존의 보금자리를 잃는 주민들에게 억울하지 않을 정도의 토지보상이나 대토, 세제혜택 등의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내용이 없다”며 “향후 마을 단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요구안 등을 정리해 관계당국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고등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관해 취재진에게 할말이 있다며 주민센터에서 만난 고등동 노인회 정동만 회장(사진 오른쪽)과 김영학 사무장.     © 성남투데이

고등동 노인회 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영학(76세) 통장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의 발표 이전에 투기바람이 일지 않아 알박기 등이 없었다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주민들 차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별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대응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민공람을 위해 공등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던 한 주민도 “하루아침에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지구 지정으로 주민들은 황당해 하는 분위기”라며 “ 원주민들은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 앞으로 주민들이 이 문제에 대한 모임이 있을 것”이라고 향후 지역언론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보금자리 주택의 본래 취지가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왜 세곡동처럼 그린벨트를 수용해서 주택을 마련하지 않고 도로변의 1종 주택지역을 수용하려는 지 모르겠다”며 “LH공사가 돈을 벌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반발하면서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향후 정부 주도의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서 이를 마련하려는 사람들과 토지 수용으로 부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주민들간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성남시 당국의 대응 또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예비후보는 정부의 일방적인 보금자리주택 지구지정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성남시의 개발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고등동과 시흥동 보금자리 주택 지정은 이제 주민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번 6.2 지방선거의 또 다른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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