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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은 작가와 ‘명품녀’가 있는 나라

【특별기고】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편복지’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서덕석 | 기사입력 2011/02/11 [16:21]

굶어죽은 작가와 ‘명품녀’가 있는 나라

【특별기고】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편복지’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서덕석 | 입력 : 2011/02/11 [16:21]
▲ 성남푸드뱅크 대표인 서덕석 목사.     ©성남투데이
설 명절을 맞아 떡국이며 기름진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나른함에 취해 있던 우리들에게 언론은 충격적인 사건을 보도해 주었다. 한 젊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먹다 남은 밥이나 김치라도 있으면 죄송스럽지만 좀 주실 수 있는지요? ”란 쪽지를 이웃에게 남긴 채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밤낮 게임이나 화투에 몰두하다가 혹은 마약에 취해서 밥먹는 것조차 잊고 굶어 죽은 게 아니라, 실력 있고 장래가 촉망받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써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치던 이여서 우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서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며 1인당 GNP 2만불을 상회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굶어서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무지 혼란스럽다.

최고은씨가 밥 한술 얻어 먹을 줄 몰라서 미련하게 굶다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몸담고 있었던 영화계가 톱스타와 감독 및 제작자, 극장주만 배불리고 여타 수많은 단역배우들과 스텝, 시나리오 작가들은 희생되는 불평등한 구조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영화 한편이 성공해서 찬사를 받고 관객들이 즐거워할 때 음지에서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작품료로 한숨을 쉬는 영화노동자들이 있는 것이다.

어디 영화계만 그럴까? 재벌그룹과 동네 구멍가게 뿐 만 아니라 우리네 사회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소수의 강자만 살아남고 나머지 대수는 생존조차 위협받는 무한경쟁 체제로 내 몰린지 이미 오래다. 하다못해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대기업 소속과 중소 하청업체 소속으로 나뉘어져 임금 차별이 크며 한 직장 내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차별 대우가 일반화 되었다.

국가와 사회는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을 줄이고 완화시키려 하지 않고 “억울하면 싸워서 이기든가 돈 벌어서 각자 살아 남으라”고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사회복지는 이렇게 불평등과 분배의 불균등이 수반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약육강식의 경쟁을 그대로 두면 양자사이의 갈등으로 결국 국가와 사회가  존립을 위협받게 되므로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 상위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거둬 하위 저소득층에게 재분배하는 시스템으로 사회복지가 도입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최고은씨가 몸 담았던 영화계의 고소득층인 톱 배우들과 인기 감독들, 메이저급 제작자, 극장주들에게서 세금을 충분히 거둬 영화계의 존립에 필수적인 스텝들과 단역배우, 작가, 기타 노동자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몫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 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총생산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 예술, 문화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사회보험이 시급하다는 요구는 수없이 제기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생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 故 최고은 작가.     © 성남투데이
우리의 사회복지는 전근대적이어서 가장 어려운 계층인 최저 빈곤층과 장애인, 극빈노인, 소년소녀 가장들을 최소한으로만 돌보면 된다는 이른바 <잔여적 시혜복지>가 대세를 이룬다. 그러니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가 되지 않고 국가 재정의 여유가 있는 한도 내에서(최저예산의 원칙)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돕는다.

이러한 <잔여적 시혜복지> 제도 아래서는 항상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이 갖추어지고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서류를 완비할 수 있어야만 수혜자가 된다.
 
일시 체류하는 외국인이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과 번듯한 직업이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은 수입이 없어지거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이 운 좋게 주변에서 마음씨 고운 이웃을 만나 도움을 받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미인가시설과 연결되지 않는 한 굶고 병들고 머물 곳 없이 떠돌다가 최고은씨처럼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사회복지는 이러한 경우를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부른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복지혜택을 특수한 일부 계층에 한정해서 주지 않고 가능하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평균적인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보편복지)예를 들면 학교급식을 기초생활보호 대상가정 자녀에게 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무상 급식 형태로 제공하되 그 비용을 아이들에게서 직접 받지 않고 사회적 분배구조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가난한 가정에게는 생계에 도움이 되고 면세 받으면서 살아가는 중간 수준의 가정에는 급식혜택으로 세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상위계층의 가정은 똑 같은 밥을 자녀에게 먹이면서도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다. 

<보편복지>는 시혜적 복지와 정치공학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똑같은 밥을 먹고 같은 교실에서 같은 책으로 수업하며 함께 현역에 입대해서 국방의 의무를 마친 또래의 이이들이 공짜 급식이 창피해서 가끔 굶으며 군대도 면제받거나 쉬운 방위 산업체 근무로 때운 아이들 사이보다 더 잘 통합될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이건희 회장의 손자들까지 공짜로 먹여야 하느냐고 강변했는데(그의 손자들은 사립학교에 다녀 학교급식대상자도 아님) 똑같은 학교 급식을 먹인다면 자기 손자들에게 질 높은 점심을 먹이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더욱 성실하게 납부하게 되지는 않을까?

내가 내는 세금의 혜택이 내게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실한 납세도 가능해지고 국가 재정도 건전해지는 법이다. <잔여적 시혜복지>는 납세자가 “쓸데없이 게으른 가난뱅이들을 위해 돈 만 퍼 붓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므로 자발적인 세금 납부를 오히려 가로 막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그들만의 사회’와 ‘우리들의 사회’로 나누어지게 하는 고질적인 양극화를 딛고 국가적 재난과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면 사회통합이 가능한 소득의 재분배구조인 <보편복지>가 하루빨리 뿌리 내려져야 한다.

한쪽에서는 밥 한끼 못 먹어 굶어 죽는 작가가 있고 한쪽에서는 몸에 두른 명품만 몇 억원에 달하면서도 세금 한 푼 안내는 ‘명품녀’가 있는 한 선진국이나 건강한 사회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 성남푸드뱅크 대표(열린교회 목사)

#. 故 최고은 작가는?
 
1979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단편영화 <연애의 기초>(2002), <새벽정신>(2004), <젖꼭지가 닮았다>(2004) 등을 발표하였으며 <격정소나타>(2006)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기도 했으나, 영화화 되지 않는 등 힘든 생활을 하던 중 2011년 1월 29일 생활고로 인하여 32세의 나이에 요절한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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