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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부시장이 뭔데? 그렇게 대단해?

[분다리의 세상읽기] 시의원들, 왜 알아서 기나?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11 [17:36]

그깟 부시장이 뭔데? 그렇게 대단해?

[분다리의 세상읽기] 시의원들, 왜 알아서 기나?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11 [17:36]
최근 성남시의 방만한 예산집행을 따지기 위해 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장윤영 의원이 양인권 부시장 출석을 요구하다가 좌절된 일이 있었다. 이호섭 경제환경위원장은 홍양일 의장을 수장으로 하는 의장단의 상의와 결정을 빌미삼아 이를 좌절시킨 주연배우로 드러났다.
▲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양인권 부시장 출석문제로 논란을 벌인뒤 정회시간에 장 의원과 김 국장의 표정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뉴스

의장단의 상의와 결정을 빌미삼았다고 했다. 확인 결과 의장단 회의는 있지도 않은 탓이다. 또 주연배우라고 했다. 그가 총대(?!)를 메고 나선 헐리우드 액션 의혹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 상임위원장이 된 사람치고는 아주 유치한 짓이다. 부시장 한 사람을 상임위에 불러내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총대를 메고 막아서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부시장 출석요구는 이미 지난 6월 하순께 장 의원이 경제환경위 소속 여러 의원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이호섭 경제환경위원장에 요청한 바 있었고, 이 때 참석한 동료 의원들도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섭 경제환경위원장은 그 동안 뭐 했는가? 장 의원의 의사를 의장단에, 또 의장단은 집행부에 정확히 전달했는가? 또 있지도 않은 의장단 회의를 핑계대며 왜 부시장 출석 요구를 좌절시켰는가? 다른 한편, 부시장 출석 요구가 상임위에서 불거져 나왔을 때 동료의원들은 왜 위원장에 동조했는가?

이 같은 시의원들의, 한편에선 적극적이고 다른 한편에선 소극적인 태도에서 확인되는 것이 있다. 
 
"그대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말이 너무 쉬운가? 옛사람이 말한 '羞惡之心'이 바로 그것이다. 맹자가 말한 바, 타고난 심성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공론장에서 결코 양보될 수 없는 원칙 아닌가. 특히 이호섭 경제환경위원장의 행위는 동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사실상 방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시 집행부에 스스로 알아서 기는 비굴한 처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스스로 알아서 긴다고 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기검열, 자기통제의 의미로 '능동적 자제"라고 부른 것이다. 자기 검열과 자기 통제를 통해 권력은 행사된다. 바로 통치다! 아직도 지방자치가 시장중심의 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시민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시의원들의, 바로 이 같은 비굴한 태도에 있다. 
 
더구나 공론장은 본질적으로 권력투쟁의 장이 아니다. 공론장에 뛰어든 자들이 그런 의식을 붙들고 있는 한, 공론장에선 제출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담론적인 노력 대신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권력의 행사', '왕따시키기'와 같은 권력의 정치가 되풀이된다. 결국 공론장은 깨지고 말거나 허구가 된다. 
 
부시장 아니라 대통령 할애비라도 불러세울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더구나 선출직도 아닌 부시장 한 사람을 상임위에 불러세우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저지시키는가? 시의원은 동네의원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국장급도 아니고 부시장급도 아니고 시장급이다.
 
성남에서 시의원 노릇 제대로 하면 시장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언젠가 한번 지적했던 것처럼 국회의원을 해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왜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지 모르겠다. 삶 자체가 그렇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시의원으로서의 수준이 그런가? 그렇다면 아예 기대를 접겠다. 아니면 자기 검열, 자기 통제에 익숙해질 만큼 권력의 무게에 길들여진 탓인가? 그럼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이들에 의해 문제를 제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론장이 허구이거나 깨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민은 주민소환제든, 선거를 통해서든 이들을 끌어내려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제공받는 셈이다. 다시 묻자.
 
"그깟 부시장이 뭔데? 그렇게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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