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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게 놀지 말자!"

[분다리의 세상읽기] 성남의 독립사이버신문과 수용자 반응에 대한 생각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26 [01:09]

"값싸게 놀지 말자!"

[분다리의 세상읽기] 성남의 독립사이버신문과 수용자 반응에 대한 생각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26 [01:09]
얼마 전 '고목'이란 짧은 에세이를 통해 이렇게 쓴 적이 있다.
 
"그간의 체험을 바탕으로 더 이상 지역언론을 살려야 하느니,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느니 따위의 고상한 얘기는 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기자들, 지인들, 공론장에 등장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돈 있는 이들에게조차.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지금, 여기에서 하기로 한다. 그마저 할 수 없다면? 간단하다. 하지 않으면 된다!"
▲ 너는 꽃이다. 그러나 스스로 꽃이라는 값을 매기지 않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한, 너는 꽃이 아니다. 더러운 진흙이다. 스스로 꽃이라는 값을 매길 수 있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면 너는  꽃을 피울 수 있다. 그 때 너의 꽃은 연꽃일게다.     © 우리뉴스

그 당시 글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렇게 마음 먹은 이유 하나가 달리 있었다. 바로 독립사이버신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지역언론에 대한 수용자 반응이란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드러난 것만 보면, 수용자 반응은 의사소통의 질이 떨어지거나 언론장에서 잃지 말아야 할 책임의 윤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개된 언론장 바깥에서 보이는 수용자 반응은 대개 개별적인 접촉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라 아무리 의미있고 쓸모있는 것이라 해도 비공식적이라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반면 공개된 언론장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그 공식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고작 이 정도야?"하는 의문의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부정적인 바가 크다. 
 
독립사이버신문과 수용자의 관계에선, 종이신문과 수용자의 관계에서 혹독하게 나타나는 '거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즉각적인 상호소통이 가능하며 특히 수용자 입장에선 거리를 두지 않는 날카로운 비판, 자신의 주관과 가치판단에 입각한 차원 있는 의견 개진이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댓글들은 개인이나 특정이익집단(지역내 각종 사회단체들, 정당, 관료조직)의 홍보 내지는 선동 수준이며 극단적으로는 '배설'이라는 단어를 상기시킬 정도다! 그동안 지켜본 결과 엄연한 실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온갖 노력을 기울여 생산해낸 기사에 그런 댓글들을 대하게 되는 입장에선 현실에 대한 좌절감, 그리고 서글픔마저 인다. 
 
그 댓글의 말들은 대체로 불순하거나 일방적인 '도구적 논리'에 입각해 있어 대화의 과정과 담론적 결정을 이끌어내는 '말 걸기'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 말들은 명령어, 마술언어, 희언, 상투어가 일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각각은 결국 권력의 폭력적인 말, 수용자가 아는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독백하는 말, 뒤틀리고 겉도는 말, 의미를 싣거나 발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되풀이 자체가 목적인 말이다.
 
그러나 언론은 언론이다. 독립사이버신문에 종사하는 기자가 가령 종이신문에서 지켜온 원칙인 확인, 검증, 치밀한 기사작성작업을 통해 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정보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듯이 언론을 상대하는 수용자 역시 이 같은 언론적인 태도에서 자신의 댓글을 달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둘 다 사적 영역이 아닌 언론장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만 즉각적인 상호소통이란 종이신문이 갖지 못한 독립사이버신문의 장점은 활성화된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쏟는 시간, 노력, 열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작업과정을 통해 나온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는 어느 정도 자기 눈을 가진 수용자라면 충분히 구별이 가능하다. 그런데 드러난 것만을 보면, 아무리 공짜 접속과 댓글달기의 자유가 무제약이라지만 수용자 반응은 지나치게 가볍다. 이는 독립사이버신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언론을 살리기는커녕 지역언론 죽이기에 일조하는 것이다.
 
물론 독립사이버신문은 아직 부족한 데가 많다. 이 점과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성남의 독립사이버신문은 상시적인 보도기능 위주일 뿐 개개의 기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나 가치의 포착, 또는 개개의 기사들을 모아 어떤 종합적 의미나 가치를 생산하는 이른바 '메타비평'이 대단히 결여되어 있다. 기자들이 심각히 고민해볼 과제다.
 
더구나 독립사이버신문은 언론하는 입장에서나 수용자의 입장에서나 기존 종이신문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한편에선 사회적인 것에 좀더 개인적인 것을 실어볼 수 있다는 것, 다른 한편에선 개인적인 것에 사회적인 것을 좀더 실어볼 수는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독립사이버신문은 저널리즘이라고 해도 종이신문에 비해 기자의 개인적 주관이나 가치판단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탈현실적인 따라서 탈구속적인 사이버공간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내면적이고 보다 주체적인 발언, 스타일이 실천되곤 한다. 주로 거대자본이나 광고주, 사주의 요구와 함께 움직이는 종이신문과는 사뭇 다른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두드러진 점은 수용자 역시 마찬가지다. 수용자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
 
독립사이버신문이나 수용자 양쪽이 이런 경향을 강화해나가면, 아마 앞으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발하면서도 의미 있는 양식의 기사들, 지금으로선 전혀 생각도 해보지 못한 내용과 질을 가진 기사들이 나타날 것이다. 상호소통의 한축인 댓글의 수준이 일정 수준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도 이점과 관련되어 있다. 댓글달기에서 공개된 언론장에서 의사소통시 마땅히 요구되는 질과 책임의 윤리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수용자들을 무시한다고 힐난하기에 앞서 이런 문제제기도 한번쯤 귀 기울이고 성찰의 계기로 삼아줬으면 한다. 언제고 지역언론을 그만 둘 의지를 가진 사람이기에 언론장에 여과없이 들어올리는 것이다. 믿는다. 섬세함을 잃지 않는 '문화적 인간'이 그간 정치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치우쳐온 '도구적 인간'을 밀어내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의 강렬한 기운으로 느끼고 있다.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구축하기 위한 '공통감'의 확보를 위해 나에게도, 너에게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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