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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만이 미덕일순 없다“

[상의칼럼] 조세특례제한법폐지 상공인들 반대해야

김주인 | 기사입력 2005/09/27 [06:36]

“순종만이 미덕일순 없다“

[상의칼럼] 조세특례제한법폐지 상공인들 반대해야

김주인 | 입력 : 2005/09/27 [06:36]
흔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시책에는 나서지 말고 순종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보신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듯 하다. 그저 알아도 모르는 척, 화가 나도 아닌 척하며, 하고 싶은 말은 되도록 삼가고, 참는 것이 장땡이라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성남상공회의소 김주인 회장     ©성남투데이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과거 개발독재의 정치체제하에서 터득한 기업보신의 지혜이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런 생각은 우리의 권위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유교적 사농공상의 신분관이 형성한 하나의 고정관념이라고 봄이 옳을 듯하다.

이제 이런 고정관념도 이제 서서히 버려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시대가 바뀌었다. 21C 정보화의 물결 속에 정치는 민주화되고, 사회는 세계화의 물결에 따라 모든 것이 숨 가쁘게 변화해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은 개인에게나 기업에게나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모든 것이 투명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나만의 이익을 위해 개별교섭, 물밑작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은 길이 아니다.

이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내용인즉 정부에서는 과거 중소기업에 대해 부여해오던 법인세, 소득세의 10% 내지 20%의 조세감면혜택을 수도권에 한해서 철폐하는 대신,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20% 내지 40%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차원에서 시행하는 비수도권 추가감면에 대해서는 논란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런 시책을 펼치자면 최소한 수도권에 대해서도 종전의 혜택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일 터이다.

수도권에는 전국 중소기업의 절반이상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입법 예고된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적어도 3,5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수도권 소재 중소사업자가 더 부담해야 할 판이란 계산이 있고 보면, 이것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기회만 있으면 참여정부는 경제운용을 재벌에 의존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육성발전에 최우선을 두겠다 해놓고, 고작 생각해낸 것이 이런 정도의 수준이었던가 생각하면 분노에 앞서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경제 체질이 많이 강화 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재벌 대기업의 이야기이고, 아직도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상공인은 IMF의 그늘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극심한 내수경기의 침체, 소비위축, 고임금체제, 산업공동화 이 모든 기업 환경의 불이익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

중소기업은 경제적 약자이다. 그러나 전체 기업의 93%가 중소기업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이 나라 경제의 주축이다. 비록 생산성은 대기업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지만, 이 나라 고용의 절대다수가 중소기업이 흡수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그리고 그 경쟁력을 북돋아 주어야 나라경제가 튼튼해진다. 정부에서 경제의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몇몇 대기업은 세계적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약해져 가고 있다. 그것을 보강하는데 정부는 기업과 함께 온갖 힘을 다  쏟아야 한다. 대기업 임원의 연봉이 수십억이고, 대기업 사원의 평균연봉이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봉급과 맞먹는 6~7천만원인 반면에, 중소기업 사원의 경우 그 30%도 채 안되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한가로이 이제 IMF도 회복되었으니, 말 잘 안 듣는 수도권 중소사업자에게는 세금감면 혜택 안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사업자는 대한민국 사업자가 아니란 말인가? 수도권에서 사업하는 사람은 무슨 서자라도 된단 말인가?

이래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니까 무슨 특별한 시혜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최선의 길은 우선 그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사기를 올려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중소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이번 입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물론 정부에서 경기침체로 조세징수가 부진하고, 세수부족액이 커서 고민하고 있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자면 부족세금을 메우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대의를 버려서는 안 된다.

탈루된 세금을 걷어 들이는데 힘쓰고, 무엇보다 정부재정의 방만한 운용을 혁신해야 한다.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리면서,  각종 기구와 온갖 사업을 나열해놓고, 세수가 부족하다 한들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한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노력 없이 세수확대에만 골몰한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먼저 정부에서 모범을 보여라, 수도권이라고 역차별 하지마라, 이것이 이번 조세입법파동을 겪으면서 기업인들이 모두 토해내는 분노의 목소리인 것이다. /성남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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