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의 특보인 신학용 의원은 ‘4대 출마불가론’을 들면서 손대표의 출마를 말렸다. 4대 출마불가론은 첫째, 역대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분당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둘째, 저조한 투표율 속에 조직선거가 이루어지면 승리 가능성이 전혀 없다. 셋째, 당대표로서 4.27재보선을 총괄 지휘해야 한다. 넷째, 당 내부의 출마권유는 손 대표 ‘흔들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측근들의 결사반대를 물리치고 칼을 빼든 것이다. 그는 왜 사지에 몸을 던졌을까? 손 대표는 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이나 지지율은 한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도 밀리는 형국이었다. 국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민심대장정을 펼쳤으나 크게 조명 받지 못하고 지지율도 반등하지 않았다. 4.27재보궐선거도 강원도지사는 ‘이광재 선거’로, 김해을 선거는 ‘노무현 선거’로 흘러가는 판이었다. 손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패배가 뻔 한 선거에 몸을 던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곳곳에서 표출되면서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단 승부수는 적중한 것 같다. 출마선언 한 달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이상 뒤지던 지지율이 지금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해볼만 하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객관적인 평가다. 그러나 설사 지지율에서 앞서도 손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다. 재보궐선거는 지지율이 곧바로 득표로 연결되지 않으며, 민주당 내부가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에게는 다음의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과제일 것이다. 첫째,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문제다. 신학용 의원이 ‘4대 출마불가론’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당 내부에는 손 대표를 흔드는 세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손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대권주자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당 내부의 손 대표 견제 세력이 이번 선거에 팔짱만 끼고 있을 이유가 충분하다. 견제 세력을 포용해서 선거에 힘을 발휘토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차적인 과제일 것이다. 둘째, 비민주성향의 범야권세력을 결집하는 문제다. 국민참여당의 이종웅 후보는 후보를 사퇴하고 손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후보단일화 분위기 속에서 손 대표 지지를 선언할 것 같다. 그러나 범야권 후보들의 단순한 지지 선언이 손 대표 득표율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비민주성향 유권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비민주 성향 유권자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의 문제가 변수가 될 것이다. 셋째, 정치적으로는 중도이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지닌 20~30세대들과 소통하는 문제다. 실업난, 대학등록금 문제, 전월세 대란, 고물가, 일본의 원전사고에 따른 환경문제, 적자생존의 경쟁만 강요되는 상황에서의 잇따른 젊은이들의 자살 등 젊은 세대는 사는 게 고통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정치적 좌우를 떠나 일상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모든 이들의 문제다. 젊은이들과의 소통공간은 많다. 소통을 통해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의 자세일 것이다. 손 대표의 출마와 그 결과는 향후 정치지형과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를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바람이 ‘넘사벽’을 무너뜨릴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벽을 만든 자도 분당의 유권자요, 벽을 무너뜨릴 자도 분당의 유권자다. 과연 손 대표는 분당을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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