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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달아날까…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물고기 낚아채기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28 [00:46]

인기척에 달아날까…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물고기 낚아채기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28 [00:46]
▲ 물가에서 어슬렁거리는 검은댕기해오라기.     ©우리뉴스

"옛날의 통치자는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허름한 옷을 입었으나…그의  덕은 남을 살릴 뿐 죽일 줄 몰랐으며, 남에게 베풀 뿐 빼앗을 줄 몰랐다. 천하 사람들은 비록 그의 옷차림은 비웃었으나 그의 덕은 사모했다. 이 때에는 음양의 기운이 화평해서 만물이 번창했다. 새집은 몸을 굽혀 살펴볼 수 있었고, 들판의 짐승들은 끈으로 묶어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쇠퇴해지면서 새와 짐승, 벌레와 뱀이 사람을 해치게 되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쇠를 주조하고 칼을 만들어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게 되었다."
 
『문자』에 나오는 구절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다. 사람이 자연만물과 조화를 이뤄 살던 꿈만 같은 시대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이치를 치세의 기본으로 삼았음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핵심을 찌르는 문명비판이 아닐 수 없다. 『문자』에 나오는 세상은 아마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가까이 갈 수없다고 말한다면 나는 기꺼이 뺨을 갈겨주리라.
 
어린것들과 물가에 나갔다가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물고기 잡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린것들에게 숨죽여 말했다.'쉿!' 사람을 꺼리는 새가 인기척에 달아날까봐서다. 기가 막히다! 물고기 낚아채는 본능 말이다. 그놈은 우선 물가에서 어슬렁거렸다. 물 속에 물고기가 노는 것을 확인하는 동작이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던 그놈은 천천히 물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잠시 멈춤'의 모습을 취하더니 순식간에 물 속에 부리를 내리꽂는다. 이내 고개를 쳐들자 피라미 한 마리가 부리 사이에서 보였다. 물밖으로 나오는 그놈의 길고 검은 부리 사이로 파르르르 피라미가 몸을 떨었다. 볼만했다. 어린것들의 표정이 어땠을까. 놀랍고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에비와 어린것들 모두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인기척에 달아날까 숨죽이고 지켜본 보람이 있다.
 
▲ 천천히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우리뉴스

▲ 순식간에 물 속으로 부리를 내리꽂는다.     ©우리뉴스

▲ 길고 검은 부리 사이로 파르르르 피라미가 몸을 떤다.     ©우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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