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부론 정산리 산골에서 만난 토담집의 흙벽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인 탓(?)에 속내를 환히 드러냈다. 속에 벽돌 모양의 흙덩이는 거푸집을 놓고 진흙과 석비레에 짚을 섞어 찧어가며 쌓은 것이다. 마감으로 겉에 덧바른 진흙에도 짚이 섞여 있다. 진흙에 짚을 섞은 이유야 진흙의 점력(粘力)이 강해 마르면 갈라지며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쓰러질 듯한 이 토담집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흙으로 돌아가리라. 설령 허파에 바람 잔뜩 들어간 누군가가 이 집자리를 사들여 그럴싸한 전원주택이라도 지을 의향으로 일순 때려부순다 해도 그 어떤 것도 폐기물로 남지 않으리라. 본디 자연으로부터 취해 토담집을 이룬 재료들은 꿀벌이 꽃을 해치지 않고 꿀만을 취하듯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잠시 사람과 인연지어 살림집이 되었을 뿐 그것이 어디 내 것이며 사람의 것이겠나. 이 때 '보이는' 것은 '텅 비어 있음'이다. 인연이 끝나는 곳에 또는 인연이 시작되는 곳에는 텅 비어 있는 것이 있다. 빈 그릇에 밥이 담기고 나물이 담기고 물이 담기듯 그 텅 비어 있는 것에서 인연이 지어지는 것. 그러므로 이름지을 수도 없고 모양지을 수도 없는 텅 비어 있는 것과 인연이 서로 만나 새끼를 꼬는 것이다. 이 새끼꼬기 속에서 삶은 형태를 달리하며 무한의 시간여행을 한다, 기쁠 때는 기뻐하고 슬플 때는 슬퍼하면서.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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