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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설립특위, 두고 볼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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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설립특위, 두고 볼 것이여

〔벼리의 돋보기〕연주자 없는 연주 가능하다

벼리 | 기사입력 2007/07/03 [03:14]

시립병원설립특위, 두고 볼 것이여

〔벼리의 돋보기〕연주자 없는 연주 가능하다

벼리 | 입력 : 2007/07/03 [03:14]
지난 해 2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일어난 일이다. 그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은 저마다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잘랐고, 잘린 넥타이는 한복을 입고 평온하게 누운 고인의 시신 위에 올려졌다. 고인을 추모하는 퍼포먼스였다.

이날의 넥타이 자르기는 그의 조카 켄 하쿠타의 제안으로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부인 오노 요코가 하쿠타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시작됐다. 당시 백남준 장례식에 참석한 400여 명의 조문객은 너나없이 넥타이를 잘랐다.

1962년 독일에서 플럭서스 그룹을 창시한 요제프 보이스를 만난 뒤 백남준은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고 피아노를 때려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한 적이 있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넥타이는 맬 수도 있지만 자를 수도 있으며, 피아노는 연주할 수도 있지만 때려부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4분 33초’. 1952년 존 케이지가 선보인 유명한 ‘침묵의 연주’ 이름이다. 이 퍼포먼스는 3악장으로 구성되었으나 청중은 무대로부터 어떤 소리도 지각할 수 없었다. 4분 33초 동안 작품의 연주자는 단지 피아노 앞에 앉아서 조용히 팔을 3번 흔들었을 뿐이었다.

청중은 과연 어떤 소리도 지각할 수 없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청중은 고요함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지각할 수 있었다. 당시 청중이 지각한 소리의 미적 충격,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이에 대한 존 케이지의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침묵 속에서 언제라도 들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존 케이지의 말에는 ‘비의도성’의 개념이 읽혀진다. 침묵의 연주 ‘4분 33초’에 존 케이지는 이 비의도성에 따라 연주자를 배제했던 장치를 썼던 것이었다.
 
▲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위해 구성된 시의회 성남시립병원 특별위원회.     © 성남투데이

연주자의 배제! 연주자 없는 연주!

시의회에서 시의원들은 걸핏하면 주민의 ‘대표’라고 주장한다. 주민의 대표라니?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유행가도 못 들어 봤나? 누가 누구를 ‘대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치에서 ‘대표’(representation)’라는 말은 말 그대로 ‘부재(不在, absence)의 반대말인 현존(現存, presence)을 다시(re-) 나타낸다'는 뜻이다. 현존이 현존으로 곧 주민이 주민으로 나타나지 않고 주민 아닌 것으로 나타내는 것이 대표라는 말의 뜻이다. 바로 모든 대의제의 한계다.

주민을 대의하는 의원이 주민의 뜻을 대의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럴 능력도 의사도 없으면서 주민의 대표라고 큰 소리 치는 것은 권력의 개입을 의미한다. 현존이 아닌 부재 곧 주민을, 주민의 뜻을 부재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권력이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대표라는 말은 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말일 뿐이다. 시의원이 주민의 대표란다. 주민을 대의할 능력도 의사도 없으면서, 의회라는 대의제의 정치적 공간에서 주민을, 주민의 뜻을 싹 없애버리면서 주민의 대표? 주제넘는 짓! 어불성설!

주민의 대표, 쓰지 마라!

시의원 홍석환은 주민을 대의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시립병원 설립을 간절히 소망하는 주민의 뜻을 대의한 게 아니라 시립병원을 설립하지 말자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그가 대의한 것은 주민의 뜻이 아니라 주민이 의심하는 다른 뜻이다.

주민의 뜻이 아닌 다른 뜻으로 주민들이 의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시장선거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 바꾸고 딴짓 하는 이대엽 시장의 뜻. 구시가지에 시립병원이 설립되지 않아야 경제적 이득 또는 정치적 이득을 본다고 보는 특정한 세력 또는 연합세력의 뜻.

주민의 뜻이 아닌 다른 뜻을 대의하는 것은 권력의 개입이다. 권력이란 종이 왕이 되려는 것이다. 왕이 되려는 종은 따를 시켜야 한다. 왕따를 시켜야 한다. 넥타이는 맬 수도 있지만 자를 수도 있고 피아노는 연주할 수도 있지만 때려부술 수도 있다.

‘연주자 없는 연주’도 가능하다. 시립병원설립특위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지금까지 온갖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온 최윤길 위원장을 비롯, 시립병원 설립특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 두고 볼 것이다.

연주자 없는 연주 사례는 역사에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역사는 현실에서 창조되는 그 무엇이라는 점에서 역사에 나타난 연주자 없는 연주 사례는 왕따를 넘어서는 그 무엇임을 시사한다.

원숭이의 머리는 우직한 소의 눈물이 아니다.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 머리야말로 선인들의 말씀대로 끝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못에 빠지고 마는 머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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