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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아트센터관리재단?

〔벼리의 돋보기〕성남문화재단, 어떻게 볼 것인가?

벼리 | 기사입력 2006/10/18 [23:51]

문화재단? 아트센터관리재단?

〔벼리의 돋보기〕성남문화재단, 어떻게 볼 것인가?

벼리 | 입력 : 2006/10/18 [23:51]
지금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세요. 거기 조직표를 보세요. 이사장, 상임이사 밑에 공연사업국, 문화사업국, 기획운영국이 있습니다. 공연사업국은 공연사업을 하는 부서로 문화재단의 핵심사업인 성남아트센터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문화사업국은 문화, 전시, 교육을 수행하는 사업부서입니다. 기획운영국은 총무, 경영,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탄천페스티벌을 맡은 축제추진단도 있습니다. 무엇이 빠졌습니까?

▲ 성남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조직과 기구표.     © 성남투데이

성남문화정책을 생산하는 전략적 단위조직이 없습니다. 명색이 성남문화재단이라면서요? 성남문화정책을 생산하는 전략적 단위조직이 없는데 과연 문회재단 맞습니까? 무늬만 문화재단 아니겠습니까? 성남문화정책을 다루는 부서는 고작 문화사업국 산하 문화기획부입니다. 이는 위상학적 관점에서 성남문화정책에 관한 한, 마지못해 문화사업국 산하 일개 부서의 사업으로 ‘끼어넣기’일 뿐입니다.

성남문화재단이 재단 자체의 문화정책 생산능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문화정책 생산은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외주로 돌릴 수밖에 달리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17일 성남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의 도시, 성남’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볼 만했습니다. 발표된 주제들은 다 외부인사들의 차지였거든요. 외부인사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기 이전에 그들은 성남지역사회를 이해하고 배우기에 바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다못해 기조발제를 맡은 도시계획학자인 이우종 경원대 부총장이 개인적으로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며 외국의 사례를 들어 구시가지에 재개발만 하지 말고 한복판에 뮤지엄(박물관)을 지으라는 메시지 하나 전하는 것을 듣고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구시가지 한복판에 뮤지엄을 지을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뮤지엄을 통해 과연 구시가지가 문화도시가 태어날 수 있는지도 의문인 탓이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이냐?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문화·예술공간을 가령 박물관, 미술관, 오페라하우스를 확충해나가는 것이 문화도시를 이루기 위한 첩경이 아니겠는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한편의 오페라를 공연하고 즐기기 위해 투입하는 인적·물적 자산으로 얼마나 많은 굶주리고 헐벗고 지치고 병든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낼 수 있는지 생각이나 해보셨습니까?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혈세로 충당되는 투자에 대한 효용가치, 수혜계층과 그 숫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오히려 일상과 격리된 예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예술로 간주될 수 있는 미적인 체험, 신명나는 체험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셨습니까? 도대체 따로 무엇을 떼어내어 예술이니 문화니 하면서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지, 심지어 여기에 문화산업을 육성해 문화도시를 만들자는 현실과 괴리된 소리도 들려오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더구나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그 도시계획학자가 그런 메시지나 전하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구시가지 도시공간의 특성에 대해 과연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 건교부까지 거친 2020년 성남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나왔던 다양한 비판들과 그 비판들을 수렴한 최종 결론을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 구시가지 도시공간의 특성을 반영하고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한 지역의 목소리인 이른바 ‘중앙로 프로젝트’, ‘모란장·여수동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도시계획학자로서 검토도 해보지 않았습니까?

자신을 성남문화재단 상임이사이자 성남아트센터의 사장으로 소개한 이종덕 성남문화재단 상임이사는 기조발제에서 성남문화재단이 문화재단과 아트센터를 결합, 외부에서도 모범이 되는 모델이라고 자평했습니까. 과연 그렇습니까? 오히려 그런 자평은 성남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성남문화를 보다 성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허브 역할-바로 문화재단의 고유 임무에는 충실하지 못하면서 아트센터 관리재단에 불과하다는 저 같은 성남사람의 평가를 애써 외면하는 발언은 아닙니까? 이 점에서 오히려 성남문화재단은 외부에 모범이 되는 모델이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기형적 구조로 보는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노재천 문화사업국장의 문화도시 성남 창조를 다룬 기조발제 내용을 뒷받침하는 주제 발표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유럽, 일본 등지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창조도시’ 이론을 끌어다가 성남을 분석하면 성남이 문화도시로 창조됩니까? 이론을 무시해서가 아닙니다. 이 주제 발표 내용을 듣고 이론의 옷을 통해서 실제로는 방법적인 것을 실체로서 이해하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은 것은 왜일까요? 과연 성남의 각종 문화지표들에 대한 분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이런 이론적인 모색이 성남의 실정에 맞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창조도시 성남의 사례로서 동의보다는 동의하지 않는 구시가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창조도시 행정타운지구’를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이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내용 가운데에는 이미 성남시가 문화재단까지 만들어 웬만한 프로젝트들은 문화재단으로 떠넘기면서 사실상 성남시 문화행정은 부재에 가깝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에 ‘성남 창조문화행정의 중심지’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주제 발표 내용 가운데 하나인 사랑방 모임의 경우, 발표 내용 자체의 긍정성(가령 사랑방 활동의 소프트웨어 지원, 지역네트워크를 이용한 하드웨어 수급)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문화정책적 철학과 비전 아래 사랑방 모임들을 돕고 연결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또 미술사에서 국제 아방가르드의 등장 이래 미술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일상생활에 통합시키려는 시도의 하나인 이른바 ‘커뮤니티 아트’ 역시 지역의 다양한 계층과의 화학적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진행 중인 태평동에서의 실험은 아직은 초기단계일 뿐입니다.

요컨대 성남문화재단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소개한 내용들은 아직은 거친 모색의 수준일 뿐입니다. 이 점에서 종합토론에서 재단측의 지역현실에 대한 인식과 체감의 결여 지적을 넘어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신가지라는 성남의 이중성 문제를 지적한 라도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문화연구센터소장의 발언은 문화재단이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김세훈 연구위원의 지역사회의 협조, 시스템의 구축, 성남적인 문화정체성의 추구에 관한 세 가지 지적 또한 기억해둘 가치가 충분합니다.

핵심적인 의문 몇 가지를 남겨둡니다. 그 동안 성남문화재단은 지역사회에 대해 얼마나 파고들었습니까? 얼마나 진솔하게 지역역량과 함께 해왔습니까? 과연 얼마나 자기진단에 충실해왔습니까? 성남에서 평생을 살아온 저와 같은 사람이 문화재단에 대해 여전히 외인부대의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이종덕 상임이사를 비롯한 문화재단 직원들만의 책임만은 아닐 겁니다. 한 가지 인용글로 마감하겠습니다.

“문화도시란 완전히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어온 삶 속에서 문화적인 맥락을 짚어내어 그 길을 열어주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록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는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도시란 문화도시라 할 수 없다.”(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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