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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군주를 흉내내고 있나요?"

[해설] 재개발 흔드는 이대엽 시장의 발언에 대하여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7/12 [23:48]

"지금 군주를 흉내내고 있나요?"

[해설] 재개발 흔드는 이대엽 시장의 발언에 대하여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7/12 [23:48]
어제 일인가. 구시가지의 도시 및 주거환경을 잘 모르는 분당지역 한 시의원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시가지에서 한번 살아보라고 말했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나로서는 더 이상 들려줄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구시가지 재개발과 관련해 판판 놀던 이 시장이 느닷없이 구시가지 재개발을 흔들어대는 발언을 연이어 터뜨리고 있다. 수복재개발방식을 철거재개발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그것이다. 이 발언은 더구나 12일 "기존에 시가 수립한 '성남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7월 12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재개발계획을 전면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이대엽 시장.     © 우리뉴스
재개발계획을 전면수정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그간 시를 믿고 따라온 시민들의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고 재개발사업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꼼꼼히 짚고넘어가자. 이 시장의 발언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함의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함의들은 반드시 이 시장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요구로 이어진다. 
 
이 시장의 재개발을 뒤흔드는 발언은 첫째, 시민적 공론화 없이 시장 독단으로 내지른 발언이다. 물론 평소 원고를 너무 잘 읽는 이 시장의 습성으로 봐서 그 원고 내용을 만든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시장이 그것을 담아 시민적 공론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질렀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지난 99년부터 6년여에 걸쳐 의미있게 진행되어온 지역사회의 노력과 지혜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 시장의 기준으로 보면 2001년 마련된 '성남시 도시재개발 기본계획', 2003년 고도제한완화의 성과를 반영한 '성남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이 모두 헛질이었다는 것이다. 이 재개발계획들에 담긴 모든 행정적 노력과 이를 지원한 전문가들의 지혜와 또 이를 믿고 따라준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헛질이었다는 것이다.
 
셋째, 지난 6년여 동안 쌓인 시간의 켜 속에 배인 지역사회의 노력과 지혜의 성과물인 '성남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뒤집어엎겠다는 것은 이 시장 임기 안에 재개발 연구용역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책임회피용 재개발 연구용역을 다시 하겠다는 술책 아닌가. 아니면 사실상 임기 내 구시가지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도인가.
 
넷째, 이주단지 확보에 대한 공공적 책임의 포기선언이다. 이 시장은 12일 발언에서 "기존의 수복재개발방식은 이주단지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말이 좋아 이 시장의 입장에서 이주단지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지 시민의 시각에선 이주단지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결국 이주단지 확보라는 공공적 책임의 포기선언이다.
 
구시가지 재개발은 투기붐과 길거리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재개발이 아니다. 순환재개발방식이든 철거재개발방식이든 철거되는 가옥의 가옥주는 물론 세입자들 모두 이주단지로 옮겨 순환형으로 재개발을 진행하는 순환재개발이다. 따라서 이주단지 확보가 구시가지 재개발의 핵심이다. 그런데 포기해? 그 동안 놀았다는 고백인가?  
 
다섯째, 수복재개발시 시의 책임인 공공기반시설 제공 및 재원에 대한 책임회피 발언이다. 수복재개발방식은 도로, 공원, 주차장 등 공공기반시설을 시가 공공재원을 들여 제공하고, 공공기반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재개발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재개발방식이다. 시가 공공기반시설 제공책임을 다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9천500억원 정도.
 
재원이 부족하면 한편에선 쓸데없는 사업에 돈 들이지 말고 재개발기금을 대폭 늘리고, 다른 한편에선 구시가지 과밀화에 원초적 책임을 지고 있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따져 재원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지역사회가 요구해온 이런 책임을 회피해?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나?
 
여섯째, 재개발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서 이 시장은 "재개발사업이 본인의 공약"이라고 말해 참으로 낯 두꺼운 사람임을 입증했다. 공약이라니? 시립병원 설립은 과연 자신의 공약이 아니라서 안지켰나? 재개발사업처럼 "시립병원설립은 본인의 공약"이라고 언제 당당히 말한 적이 있나? 어찌 공약을 떠드는가? 정말 낯이 두껍다!
 
정리해보자. 이 시장의 말 한 마디에 재개발사업은 대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누가 이대엽호가 재개발정책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나? 어찌 시민들이 시장을 믿고 시를 따를 수가 있는가? 시장이 도대체 뭔데 절차도 없이,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채 마음대로 재개발을 흔들어대는가? 구시가지의 30년 숙원사업을 시장이 뭔데 마음대로 흔들어대는가? 다음에 답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행정 알아요?"
"시절이 어떤 시절인데, 지금 군주를 흉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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