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에 거선지(居善地)라는 말이 있습니다. 땅에 겸손한 태도를 가져라, 도시공간에 '완성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그랬다간 '공멸'입니다. 도시의 공간관리에서는 '유보' 개념이 중요합니다."
무슨 말일까? 이른바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 패러다임에 대한 핵심적인 메시지다. 동시에 미래세대의 몫까지 함부로 건드리는 권력자, 계획가들의 오만방자한 도시 공간관리방식에 대한 준엄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메시지는 12일 성남시의회 재개발정책특별위원회가 중원문화정보센터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워크샵에서 경원대 도시행정학과 소진광 교수가 성남 구도시의 재개발을 접근하는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나온 것. 그는 노자의 거선지가 "유익한 공간논리"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그의 지적에 따르면 시민적 공론화와 합의의 도출 없이 행정타운을 성남이란 대도시의 핵기능으로 삼자는 발상은 불가피한 비판 대상이 된다. 실제로 그는 이 날 강의에서 "서로 이질적인 성남, 분당, 판교라는 도시공간은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서로 보완되고 연계되는 관점에서 또 government(관)가 아닌 governance(민관 협치)의 공동생산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는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정주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정주의식, 정주세대의 논리에 입각한 도시공간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노자의 거선지가 밝혀주는 도시공간 접근의 논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론적인 공간논리를 정리해 밝힌 소 교수는 재개발문제를 끄집어내면서 먼저 참석자들에게 "도대체 왜 성남구도시를 재개발하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대답이 나오지 않자 그는 "재개발이 한국의 도시공간을 망친 주인공"이라고 대신 답해 사실상 정주하는 기존 주민들을 내쫓고 투기꾼들, 일부 잘사는 사람들을 위한 기존 재개발 경험을 비판했다. 소 교수는 이어 "도대체 재개발해서 기존 주민 정착율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참석자의 한 사람인 백충현 성남시 도시개발과장이 '30% 미만'이라고 답하자 소교수는 "그런 재개발해서 도대체 뭐 하냐!"고 호통치듯 따지자 누구도 반문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집과 땅은 그 쓰임에서 타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유 개념이 아닌 공개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런 접근태도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사회적 합의"라고 밝힌 뒤, "성남 구도시의 재개발은 기존 재개발과 달리 공공이 책임지는 순환재개발이므로 이익을 우선시, 거선지에 위배되는 민간의 경제순환논리에 맡겨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개발은 단순히 성남 구도시의 과거 문제를 극복, 완화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안일한 생각"이라며 "성남 구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문제들에 대한 예측과 예방, 나아가 성남적인 도시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이 날 소 교수는 성남시 재개발의 원칙으로 천명된 이주단지를 전제로 한 순환재개발에서 판교새도시를 이주단지로 활용하라는 자신의 과거 제안이 민선 3기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음에 깊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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