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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시청사엔 ‘몰카’가 25대!
‘감시의 눈’이 사라지는 그날까지!(②)

[문화/하다말다] 니들 눈은 도대체 어떤 눈이니?

벼리 | 기사입력 2006/07/19 [22:54]

여성들이여, 시청사엔 ‘몰카’가 25대!
‘감시의 눈’이 사라지는 그날까지!(②)

[문화/하다말다] 니들 눈은 도대체 어떤 눈이니?

벼리 | 입력 : 2006/07/19 [22:54]
관청의 문턱은 낮아졌다고 하지만

문턱이 높으면 쉽게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이 말은 관치시대와 지방자치시대가 어떻게 다른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관치시대는 관이 호령하던 시대였다. 관은 지방에서 국가를 대신했으며 국가 그 자체이기도 했다. 이 경우 국가나 국가 그 자체인 관은 ‘위로부터의 권력’이었으며 선량한 시민들은 이 위로부터 행사되는 권력을 몸소 겪으면서 관청의 문턱이 높다고 조롱했다.

지방자치를 하는 지금 관청의 문턱은 무척 낮아졌다. 누구나 자유스럽게 관청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관청을 찾아 필요한 일도 자유롭게 보고 경우에 따라선 적극적으로 주장을 펴는 일도 생겨났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가장이 시장실을 찾아와 취직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도에 지나친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일부 생겨났다. 그러나 이 같은 일부의 일들이 관청을 찾는 민과 관의 관계에서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시대에 관과 민의 관계란 관계의 수준이란 차원에서 볼 때 관치시대처럼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이며 권력 개념의 변화라는 차원에서 볼 때 위로부터의 권력 행사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 봉사를 핵심개념으로 한다. 관청의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하고 그 문이 더 열려야 한다고 거듭거듭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마리 구더기 무섭다고 장 담그지 못할 일은 없다. 이런 일은 멍청한 짓이며 이 멍청한 행위의 핵심적인 의미는 ‘본말의 전도’다. 관청의 문턱이 낮아지면 관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대하는 마음과 자세의 문턱도 마땅히 낮아져야 한다. 비유적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고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믿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옷이 날개라는 말도 있듯이 옷을 바꿔 입으면 약간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관의 사정은 관청의 문턱이 낮아졌고 또 낮아진 만큼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도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다. 성남시가 시청사 곳곳에 무려 25대의 CCTV를 설치하고 관청에 드나드는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권력적인 시선, 병적인 관음장치, CCTV

어디선가 내가 하는 일을 몰래 훔쳐본다고 치자. 몰래 훔쳐보는 것을 ‘도시(盜視)’라고 한다. 세상엔 이런 도적놈도 있다. 더구나 도적놈으로 몰래 훔쳐보는 행위는 ‘감시’하기 위해서다. 감시? 그는 ‘나보다 위에 있다’거나 ‘너는 나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사람 위에 사람, 사람 밑에 사람이라는 권력적인 감정, 권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시선은 영락없는 깔보고 언제든지 잣밟을 수 있는 ‘권력의 시선’이다.

상상해보라. 어떤 놈이 도적놈으로 나를 몰래 훔쳐보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권력의 시선으로 자행되는 감시다. 게다가 그것이 CCTV와 같은 몰래카메라나 이를 작동하고 화상을 기록하고 재생하고 어떻게 악용할지 모르는 통합정보시스템으로 자행된다고 치자. 이런 일이 시민의 봉사자를 자처하는 시청사에서 일어난다고 치자. 이런 엽기적인 풍경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겠는가.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아들에게 언젠가 고추 좀 보자 했더니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막내아들 말이 멋있다. “아버지, 저도 열두 살인데요!” 이 어린 것도 저를 보듬어주는 에비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기 삶이 있고 자기 생각이 있는 것이다. 하물며 사회관계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대로 내버려 두라.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 바로 이것이다.

CCTV를 통해 몰래 훔쳐보고 감시하는 사람의 심리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그것은 병적인 것이다. ‘관음증’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CCTV가 무서운 것은, CCTV를 통해 도적놈처럼 훔쳐보고 감시하는 관음증이 무서운 것은 그 현실적인 결과가 ‘즉각적으로 꼴린다’는데 있다. 즉각적으로 꼴린다? 시청사의 경우 관음증적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집단민원 대응에서 가능했을 지혜로운 예방이나 대안 찾기의 원천봉쇄와 즉각적인 시민과의 물리적 대결과 범법자로 낙인찍기, 바로 이것이다.

도적놈으로 몰래 훔쳐보는 시선. 동시에 깔보고 언제든지 짓밟을 수 있는 권력의 시선. 그 시선은 즉각적으로 꼴리게 하는 관음증이라는 병적 증세에 기초한다. 그 결과는 예방이나 대안과 같은 문제의 인정과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파괴’ 그 자체다. 무섭다. 두렵다. 지방자치의 현장, 시민의 무한봉사기관인 시청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특히 시청사를 방문하는 여성들은 꼭 새겨들으시라. 시청사를 방문하는 순간, 음흉한 시선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민과 관을 단절시키는 CCTV

공익을 위해서? 엿 같은 소리다. CCTV 설치는 결코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시대에 관과 민의 관계란 수평적인 관계이며 관은 시민에게 봉사하는 입장에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수평적인 관계와 주민에게 봉사하는 관계에서 과연 병적이고 권력적인 시선이 용납될 수 있을까. 시정부는 그럴 권력도, 그럴 권리도 결코 시민들로부터 부여받고 있지 않다. ‘국가기강 확립’이니 ‘사회기강 확립’이니 함부로 떠들어대는 자들은 진짜 역겹다. 그게 할 소리인가. 혹시 불법집회나 시위를 대처해야 하는 경찰이라면 모르겠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라고? 공무원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집단민원 때문에 공무원이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공무원의 입장도 좀 생각해달라고? 진짜 하나만 알고 둘, 셋을 모른다. 이것은 영락없는 구실, 비겁한 변명이다. 면피용이다. 왜 그런가? 따져봐야 할 중대한 문제가 바탕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바로 세상을 잘못 대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비뚤어진 생각에 관한 것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공무원은 공무원인가? 공무원을 공무원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혹시 가장은 아닌가? 청내 대학에 다닌다면 다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 아닌가? 억울한 일이 있어 호소해야 할 때는 민원인이 아닌가? 아니 공무원은 사람도 아닌가? 공무원은 공무원만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삶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가 바로 ‘사회적 관계’다. 사회적 관계에서는 어떤 사람도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규정되는 경우는 없다. ‘사회적 관계’라는 것은 하나의 정체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체성 사이의 소통을 가리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체성만을 고집할 때 그 고집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단절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이다. 혼자 살아라!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나의 정체성만을 고집할 때 다른 정체성과 반드시 대립과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역지사지를 주장하며 공무원의 입장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시민을 시민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과 싸우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고집, 하나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감시의 눈을 만들어내는 근본원인이다. 그래서 오늘도 시민의 혈세를 낭비해가면서 시민과 싸우기 위해,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기 위해 CCTV를 25대씩이나 시청사 곳곳에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역지사지하라고? 시당국이 오히려 역지사지해야 한다! 진심으로 시민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것이다. ‘원수(시민)를 사랑하라!’ 장난치는 말이 아니다. 특히 CCTV 설치 아이디어를 내고 설치 및 관리를 주도한 일부 공무원들에게 찌르는 말이다. 이대엽 시장도 성남시를 개망신시키는 사회문제로 크게 비화되기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 결단해야 한다. 참고 하나. 요즘 시청사 내 도처에 설치된 CCTV로 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보고, 듣고 있는 중이다. ‘조심조심’, ‘수군수군’!

‘CCTV라니! 감시의 눈이라니! 자율과 자치, 대화와 타협, 설득과 이해, 도대체 지방자치는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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