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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수준에 그쳐선 곤란하겠죠?

[벼리의 돋보기]옥탑방 양성화, 어떻게 볼까?

벼리 | 기사입력 2005/06/18 [03:52]

‘면죄부’수준에 그쳐선 곤란하겠죠?

[벼리의 돋보기]옥탑방 양성화, 어떻게 볼까?

벼리 | 입력 : 2005/06/18 [03:52]
세칭 ‘옥탑방’. 양옥집 평지붕인 옥상에 있는 작은 집이다. 성남구시가지의 기본적인 주택형식이 뭐더라? 몇 가구가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이다. 그 다가구주택의 옥상에는 아주 많은 옥탑방이 있다. 옥탑방이 얼마나 많은지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은? 저 태평동 꼭대기, 상대원 꼭대기, 아니면 고층아파트에 올라가 구시가지 주택가를 내려다보면 된다.다가구주택 옥상에 올라앉은 수많은옥탑방들이 한 눈에 확 들어온다. 아주 성남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 옥탑방 양성화 특별조치법 성남시추진위원회가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그 중 아무 옥탑방이나 하나 슬쩍 보기 삼으면 그것은 마치 성냥갑 같다. 성남구시가지의 다가구주택이 이른바 ‘20평 분양지’에 세워진 집임을 감안하면 옥탑방은 마치 작은 레고 블록 같기도 하다. 그 크기가 얼마나 작겠는가! 그러나 그곳에 깃든 삶이 따라서 작은 것은 아니다. 삶은 절대로 크기로는 말할 수 없다. 결코 계량될 수 없는 삶은 그 빛깔이 아주 다채롭다. 옥탑방에 산다고 깔봐서는 안되는 것이다.

게다가 경험적인 수준에서 말하면 그 옥탑방의 삶은 대개 세입자들이 빚어내고 있다. 설령 가옥주가 쓰는 경우라 하더라도 성남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그곳을 점령한 사례가 빈번한 것 같다. 그들에겐 숨통을 틔어주는 꽤나 럭셔리(luxury)한 공간이 바로 옥탑방이다. 물론 중증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가두고 두들겨 패는 불상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소외와 무관심의 공간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이것은 그러나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리라.

그런데 이 옥탑방이 다 불법이다. 관에서 벌금을 때릴 수도 있고 맘만 먹으면 강제 철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하자니 그렇고, 그렇게 안하자니 그렇다. 왜 이런 곤란이 생길까? 알려진 것 이상으로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남구시가지에는 옥탑방이 많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답할 수 있다면 옥탑방 양성화 주장은 설득력을 얻게 되리라.

그럼 성남의 주거현실로 들어가보자. 20평 분양지에 세워진 다가구주택이 성남구시가지의 기본적인 주택양식이다. 게다가 그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상생활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래, 숨이 막혀 못살겠다!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이지 실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인근에 어디 마땅히 쉴 만한 곳은 있는가? 갈 데가 없다. 그렇다고 남의 땅, 남의 집을 기웃거릴 수도 없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웃간에 분란 나고 경찰을 수고스럽게 한다.

이로부터 성남구시가지는 공간의 활동도를 높일 요구, 필요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답답한 지역공간의 특성과 체험이 삶의 자연스러운 욕구로서 공간의 활동도를 높이는데 눈길을 가게 한 것이다. 이는 자본의 논리에서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출발이다. 더구나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가난한 가옥주 입장에서 세라도 챙길 수 있으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세입자 입장에서도 성냥갑 같은 옥탑방에 살아도 옥상이라는 열린 공간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어 그런대로 들어가 살 만하다.

그러므로 옥탑방이라고 다 같은 옥탑방이 아니다. 지나치게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가령 분당 쪽 야탑동이나 새로 개발된 성남 초입 복정동의 번듯한 집 옥상에 있는 옥탑방은 결코 게딱지 같은 집으로 빼곡히 채워진 구시가지의 옥탑방과 같을 수 없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 탐욕의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성남구시가지에 수많은 옥탑방이 들어선 현실적인 이유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옥탑방이란 통로를 통해 성남구시가지에서 살아가는 고단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삶에 대한 관심, 애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성남구시가지에서 옥탑방 양성화는 성남구시가지 사람들의 끈끈한 삶을 보듬으려는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대표서민의 삶을 보듬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옥탑방, 양성화해야 한다. 양성화하지 않으면, 성남구시가지 사람들의  멍과 상처를 치유할 길이 없다. 성남구시가지의 대다수 가옥주들은 불법의 낙인으로 재산권 행사에 무리가 생긴다. 가옥주라 하지만 별로 가진 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세입자들을 배려해야 한다. 몇 푼 되지도 않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자칫 거리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옥탑방 양성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특정건축물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안’이 의원발의로 건설교통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해 말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이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은 성남구시가지에서 성남사람으로 살아와서 성남의 주거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역적 차원에서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옥탑방 양성화 특별조치법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여기에 소속 시의원들과 당원들이 나선 것도 잘한 일이다. 추진위의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과거 성남구시가지의 이윤수 전 의원이 비슷한 시도를 했으나 약발은 없고 폼만 잡다가 끝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이 전례는 약발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법을 조장했다는 거센 비판이 있었다는 점도 상기해둘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옥탑방 양성화를 추진하는 노력이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당 소속 김한길 의원이 뒤늦게 세부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같은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게 걸린다는 얘기다.

하긴 김한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지역이 성남지역과 유사한 사정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같은 당 소속 의원이 같은 내용을 가지고 따로 논다는 것, 그리고 김 태년 의원이 먼저 시작한 점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별로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해당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의 심사에 올리기 전에 시급히 조정될 필요가 있다.

두 법안을 비교, 검토해봤다. 뒤늦게 올라온 김한길 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 좀 엉성해 보인다. 이는 양성화를 하더라도 그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아무리 서민의 주거문제를 푸는 의미 있는 노력이라 해도 법을 지킨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을 홀시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실증적인 의미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양성화의 범위를 확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옥탑방 양성화가 단순히 불법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수준에 그쳐선 정말 곤란하다는 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기회에 김태년 의원과 옥탑방 양성화 특별조치법 추진위에 한 가지 주문을 해보자. 인력과 비용이 좀 들더라도 성남구시가지의 옥탑방 실태에 대한 제대로 된 사례보고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이 제안은 옥탑방 양성화 특별조치법 추진위를 띄우면서도 정확한 실태파악이 되어 있지 않다는 소극적 문제의식을 넘어서 있다. 옥탑방이라는 통로를 통해 성남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실상을 파악하고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꿈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의미있는 통로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보다 적극적인 문제의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옥탑방 양성화의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 옥탑방에 깃든 성남구시가지 주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 다시 지역주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정치, 제대로 된 지역정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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