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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용철 시민, 그리고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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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용철 시민, 그리고 우리들

〔벼리의 돋보기〕삼성제국 해체를 위해서

벼리 | 기사입력 2007/11/21 [04:35]

철학자, 김용철 시민, 그리고 우리들

〔벼리의 돋보기〕삼성제국 해체를 위해서

벼리 | 입력 : 2007/11/21 [04:35]
놀라운 보도를 접했습니다. 바로 철학자들이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시민의 양심선언을 지지하며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폭넓은 사회적 제안을 한 일입니다. 정말이지 놀랐습니다. 그들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시민단체 사람도 아니며 하다못해 지식인이라는 범주와는 또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들은 철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수많은 유형의 사유와 일들을 하지만, 그런 인간 자체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철학자들입니다. 곧 철학함의 근본문제는 인간 자체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철학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모든 학의 학, 가장 근원적이고 가장 중요한 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은 인간인 자기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인간들이 사회의 도드라진 현상으로 드러날수록 더욱 요청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철학하는 철학자들이 한국사회를 향해 발언한 것입니다. 한국사회처럼 인간을, 인간의 의미있는 행위를 경시하는 사회가 또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이런 천박한 사회가 또 어디 있습니까. 인간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는 사회가 또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그런 탐구를 직업적으로 하는 철학자들이 나설 수밖에요.

▲ 한국사회를 능멸하는 초국가적인 삼성제국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는 한, 우리의 삶은 결코 인간의 인간됨의 삶일 수 없습니다. 삼성제국에 놀아나는 권력들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는 한,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진정한 삶일 수 없습니다. 철학자들이 분명히 규정한 대로 삼성제국은 반국가적 범법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이후 특검제 동비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 성남투데이

개가 사람이 아닙니다. 인간 역시 개와 같은 동물이 아닙니다. 호랑나비는 족도리풀에만 알을 낳습니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의해서만 인간으로 존재합니다. 인간은 바로 인류 자체인 것입니다. 인류라는 원초적인 계기로 인해 인간은 비로서 인간이란 이름을 얻으며 동시에 인간의 인간됨(humanity)을 규정받습니다. 철학자들은 바로 이 인간의 문제, 인간의 인간됨의 문제를 한국사회에 제기했습니다. 김용철 시민이라는 구체적인 인간, 그가 행한 구체적인 양심행위, 그를 둘러싸고 반응하는 한국사회의 구체적인 사태를 놓고 말입니다.

철학자들의 발언은 한국사회에 전례 없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들의 발언은 그 어떤 고정된 진리의 외침이 아닙니다. 인간의 행위가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삶의 구체적인 현장 속에서 행해졌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진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김용철 시민의 양심행위가 지닌 철학적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진지함은 한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온갖 권력들에 대한 실망, 아니 절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라는 국가권력 담당자들이 자기 인생을 걸고 삼성제국의 거대한 비리를 짚어낸 한 인간의 양심을 알아볼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데 실망한다. 우리는 언론을 비롯한 이 사회의 각종 권력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고수하면서, 김용철이라는 한 시민의 양심이 묻히고 그가 파렴치범으로 각인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처신을 보이는 데에 절망한다.”

이런 발언을 통해 철학자들은 국가와 한국사회에 대해, 아니 우리를 향해 절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와 국가는 한 시민의 양심을 알아볼 능력도 없단 말인가?” 그리하여 철학자들은 김용철 시민이 보여준 양심에 대해서, 그 양심이 양심일 수 있는 실천적 문맥에 대해서 마치 망치로 내려치듯 소심한 우리의 얼과 태도를 재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양심이란 자기 신념이나 사고 또는 행위가 옳다고 믿는 주관적 확신이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 자기의 양심으로만 그 객관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양심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어떤 사회나 국가의 정의도 ‘실천적 실체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개인이 양심을 걸고 나설 때 그 ‘진정성’을 알아채는 것은 그 사회나 국가가 올바르게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사회능력 또는 국가능력이다.”

이런 실천적인 문맥에서 철학자들은 도덕과 양심을 엄격히 구분합니다. 이성의 철학자로 유명한 칸트는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좋은 시민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도덕성과 시민성을 구분한 것이죠. 양심은 바로 이 시민성과 관련됩니다. 철학자들은 김용철 시민의 양심행위를 통해 그 구분의 철학적 이유를 명료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양심은 오직 착하고 선량한 인간만이 가지는 선한 인성의 발동이 아니다. 아무리 악한 인간일지라도 그 어떤 계기를 통해, 그리고 스스로 올바르고 싶고 남들로부터 올바른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원천적 욕구를 갖기 때문에, 자신의 양심을 공표하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도덕적 인간보다 양심적 인간이 본성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르지 못한 행위를 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양심은 이성의 힘을 통해서도 감출 수도 없고 잠재울 수도 없습니다. 양심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닌 몸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속하기 때문이죠. 도덕은 사회문화적 차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한 사회의 도덕이 다른 사회에서는 아닐 수도 있는 이유입니다. 칸트는 도덕적 인간을 이성적 존재 곧 정신의 척도로 판단하지 않았습니까.

철학자들은 김용철 시민의 양심행위에 대해 엄밀한 검증을 했습니다. 그의 행위가 진정한 양심일 수 있는 철학적 근거를 밝힌 것이죠. 삼성 내부의 부패고리 공개라는 사회적 유의미성, 그가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고 그나마 얻은 것도 송두리째 빼앗길 처지에 놓여 있다는 이익에 대한 초연성,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꺽이거나 굽혀지지 않도록 수도원에 자신을 가두는 나약성에 대한 자기저항성, 무엇보다도 자기 양심의 진정성에 쏟아질 수 있는 모든 의혹과 비난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고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선 항상적 자기시험 용의성이 그것입니다.

요컨대 지금 그는 인간됨을 실현하기 위해 그를 지탱해온 단단한 껍질 같은 것을 벗어버린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그와 함께 철학자들은 그의 양심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인간됨을 짓밟고 있는 부정한 권력들을 향해 예리한 철학의 칼날을 들이댄 것입니다. 그 칼날은 이데올로기나 계산된 이성과는 무관합니다. 근본적이고 분명한 인간됨의 원리로 썩썩 갈은 그 칼날은 권력을 향한 다른 어떤 칼날보다도 두려운 것이지요. 이를 통해 그 칼날은 인간의 인간됨을 억누르는 권력들의 추한 몰골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문제의식을 사회적 제안들로 확산시켰습니다. 삼성제국을 반국가적인 범법집단으로 규정하며 내놓은 것들이죠. 삼성제국 해체를 위한 특검제 도입, 삼성 관리 대상자로 지목된 검찰총장 내정자의 임용 철회, 청와대의 삼성 감싸기 중단, 삼성 전략기획실의 운용과 비자금 전모 규명, 산업자본/금융자본 분리 원칙을 폐기하거나 약화시키는 음험한 발상 금지 및 금융기관의 공공성 강화정책 확립, 침묵하는 족벌언론들의 대국민 사죄와 삼성제국의 진면모 언론화, 대통령 자리에나 눈먼 정치권 반성과 김용철 시민에 대한 청문회 개최, 모든 언론·학술단체·시민단체의 삼성제국 해체를 위한 행동 동참, 일체의 삼성 제품에 대한 범국민적 불매운동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지금과 같이 한국사회를 능멸하는 초국가적인 삼성제국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는 한, 우리의 삶은 결코 인간의 인간됨의 삶일 수 없습니다. 삼성제국에 놀아나는 권력들의 부패와 무능에 대해 우리가 침묵하는 한,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진정한 삶일 수 없습니다. 철학자들이 분명히 규정한 대로 삼성제국은 반국가적 범법집단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고 강하게 느낍니다. 우리는 오직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가 폴리비오스가 남긴 말에서 우리는 굳은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고발자보다도 지독하고, 그 어떤 증인보다도 빈틈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거주하는 양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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