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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동색이다

[벼리의 돋보기] 벼리가 황규식씨의 글을 볼 때는

벼리 | 기사입력 2005/08/29 [21:11]

초록은 동색이다

[벼리의 돋보기] 벼리가 황규식씨의 글을 볼 때는

벼리 | 입력 : 2005/08/29 [21:11]
황규식씨가 기고한 글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대고자 한다. 시민운동가의 변신을 둘러싼 지지와 비판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한 숟가락 보탠다는 겸양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경청할만한 비판적 당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시기에서 재확인하고 보듬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선 돋보기를 들이대는 원론적인 이유부터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 벼리     ©성남투데이
논쟁이나 담론은 실천적 태도에서는 찬반의 얕은 수준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분명히 하고 서로의 같음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또 이를 기초로 각각의 무게를 달아 함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규명해내는 것이다. 사회적인 논쟁이나 담론현상이 발생할 때, 이와 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염원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지역에서 그런 논쟁이나 담론을 확인한 적은 없다. 불행한 일이다. 한계인가?

돋보기를 들기에 앞서 짚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있어 밝히고 가자. 속담 하나 부리자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말이 있다. 황씨의 글을 부지런히 퍼나르는 사람이 있어서 하는 얘기다. 안봐도 비디오다. 그 유치찬란한 행위가 과연 돈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준이 고것 밖에 안돼?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공연한 위기감의 표출인 것도 같다. 사람이 그럼 못쓴다. 어떠한 경우에나 능동적으로 살아야지. 안그런가?

생각의 차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입장의 차이를 떠나 사람을 이용하는 일만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신물이 난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라고 해도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 일만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공동체의 룰을 깨는 일이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모름지기 정정당당해야 한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이유는 이렇다, 이렇게 온전한 삶을 보여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더구나 글쓴이는 나름대로 인격과 풍모를 지닌 사람이다. 시대의 한 복판에서 참으로 모진 삶을 살아온 사람임을 들어서 알고 있다. 결코 함부로 대하고 이용할 사람이 아니다. 존중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본뜻을 왜곡시키고 비열하게 악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소박한 바람에 앞서 이미 황씨의 글은 왜곡과 악용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내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왜 보지 못하는가?

평소 글발이 약하다고 겸양을 보인 황씨가 적어도 이번 글만큼은 생각보다 보통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 황씨의 글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당부이기 때문이다. 당부는 아무한테나 하나? 당부받을 만한 사람이기에 하는 것이고 그 바탕에 시민운동이라는 공통분모와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하다. 둘의 관계는 적대적이지 않다. 더구나 같은 시민단체의 일원들이었다.

이 점이 전제되지 않고는 황씨의 글은 비판으로만 읽힌다. 그러나 그것은 수박의 빨간 속은 보지 못하고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부지런히 퍼나르기하는 사람이 가볍다고 보는 핵심적인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황씨는 뭐라 했는가? 들어볼까?

“필자는 당선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주장을 추호도 부인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개혁하여 지방자치정당으로 만들고 시장이 되어서도 지방자치활동가로서 실천하겠다는 그의 신념과 의지를 높이 존중한다. 그리고 그것이 꼭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시쳇말로 시장 되라고, 기대한다고 주장하는 황씨에게서 이런저런 당부가 아무리 비판적이라도 그것은 부차적인 의미 밖에는 없다. 결국 비판적으로 보이는 황씨의 이런저런 당부는 결코 두 사람을 갈라놓을 만큼 근본적인 차이가 아니다. 결론은 명백하다. 초록은 동색이다! 이 점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 전제 아래에서만 황씨의 당부는 비판으로서 유효하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사실로서만 이해하고 넘어가련다. 돋보기의 영역 밖이기 때문이다.

돋보기가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황씨의 당부내용이다. 아주 쓸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당부내용들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부터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을 지키기 위해서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고 시민운동이라는 자기 자리를 엄호하자는 발상에서 당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황씨가 당부한 내용들을 요약해보자. 세 가지다.

첫째, 시민운동을 폄하하거나 훼손하지 말라. 둘째, 시민운동가로서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라. 셋째, 시민운동과 일정한 거리를 두라. 다 주옥같은 당부다. 한 대목도 틀린 데가 없다. 글이 번거롭게 될까봐 황씨가 나열한 세세한 지적들은 왈가왈가하지 않겠다. 당부의 대상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런 비판적인 당부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만 덧붙이자.

그렇다. 황씨 당부의 핵심은 떠났으면 떠난 곳에 미련이나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찾아간 곳에서 열심히 하라는 당부다. 여기에 황씨는 남들처럼 전철을 밟지 말고 시민운동가로서의 과거 경험과 원칙을 찾아간 곳에서 잘 활용하라는 당부를 곁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당부를 수용할 경우 상대의 반응이 어떠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첫째, 시민운동은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흔들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선거에 이용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당부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해야 한다. 가치평가가 아닌 사실의 측면에서 분명하다. 사실인즉슨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이고 열린우리당을 통한 지방자치활동은 열린우리당을 통한 지방자치활동일 뿐이다.

둘째, 열린우리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드는 방식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해보자. 공공기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언제 성남에서 열린우리당이 주동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던가? 김태년 의원 뭐하는가? 열린우리당 성남시당원협의회가 있던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정책토론회나 시민공청회 한번 제대로 연 적이 있던가? 선거정당 수준밖에 안되나? 정책정당, 정치정당 맞는가?

처음엔 이대엽 시정부가 이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보조금이나 보태달라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 구걸하더니 반대로 확 돌아섰다. 지금은 아예 한나라당판 이전반대투쟁에 다수의 시의원들까지 동원하고 나서지 않았는가! 사정이 이러한 데도 묵묵부답이니! 공공기관 이전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집권여당이라 할 수 있는지! 참 내! 재개발문제까지 나가면 하나 밖에 없는 돋보기 깨질까봐 그만 두련다.

황씨가 자신의 비판적 당부들을 논증하는 근거들에 대해서는 물론 이견이 없지 않다. 세부적인 내용들이라 앞서 밝혀둔 대로 생략한다.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자. 몇몇 댓글들에서 지적된 대로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려는 역동적인 사고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음은 밝혀둔다.

그러나 이 점조차 별 다른 흠결이 아니다. 사람의 바탕을 보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황씨의 시민운동에 대한 애정과 자기자리로서의 시민운동영역을 지키려는 확고한 태도가 글 전체를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눈에 최근 부정적으로 비친 시민운동의 상황을 두고 지역의 시민운동이 위기라고까지 힘주어 말하는 것도 정서적 공감이 된다. 그렇다.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안과 책임의 영역도 비판과 견제의 영역이 없으면 부실해진다. 

그러나 시민운동은 시민운동에 몸담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초연하면 된다. 구차하게 다른 이유들을 달지 말아야 한다. 언제 시민운동이 힘들지 않고 어렵지 않을 때가 있었던가. 특히 성남의 시민운동의 역사는 그러했다. 그러나 어쩌랴! 역사와 현실에서 늘 튕겨져 나와 주류의 오만과 편향을 질책하는 운명 아닌 운명을 부여받은 게 바로 아웃사이더의 길이 아니겠는가. 

공개적으로 답하지 않아도 좋다. 궁금증 하나 있음을 황씨에게 전하자. 초록은 동색인데 왜 글제는 ‘시민운동의 위기, 희망은 있는가?’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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