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울컥 분노가 치솟더라. 차츰 마음이 가라앉더니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왜? 웃지못할 코미디, 아니 상상조차 못한 불쾌하고 씁쓰름한 엿 같은 풍경을 목도한 탓이다. 그 풍경의 주인공은 열린우리당 성남시장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변호사다.
질적인 수준에서 이 광고는 시장선거를 겨냥한 정치광고다. 편법 여부는 선관위의 판단을 확인한 바 있어 문제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좋다. 낮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시장출마예정자가 자신을 알리겠다는데 여기에 무슨 토를 달겠는가. 그래, 좋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틀려먹었다. 왕창 빗나갔다. 이재명변호사는 지금 홍보광고를 하고 있는 그 지역방송에 대해 어제는 뭐라 했는가? 그 지역방송이 독점화된 지위를 이용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지 않았던가!(‘언론이 바로 서야 지역이 산다’ 참조). 그런데 오늘은 그 지역방송에 비용도 만만치 않은 자신의 홍보광고를 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제의 비판을 잊었다는 것인가? 아니 어제의 비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인가? 머리 따로 가슴 따로인가? 뭣에 홀렸는가? 답해보라! 도대체 이변호사의 진짜 언론관이 뭔가? 성남투데이에서 말한 언론관은 단지 머리에서만 나온 말뿐인가? 내게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고 오로지 오늘만 있다는 것인가? 오호, 통재라! 같잖은 공시(共時)의 치장이여! 잡탕이여! 얼룩이여! 그 지역방송에서 본 풍경은 하나의 사건이다.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헛것을 보았으니 말끔하게 눈을 씻어야 할 엿 같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 헛것을 보았다고 마음을 열겠는가? 누가 시장선거 때 박수를 치겠는가? 아니 누가 그를 일러 성남이 키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꽃이 된다고 했던가? 누가? 성남의 민초가? 자신이? 아뿔싸! 성남의 아들, 성남의 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제 삶의 뿌리 깊은 심층, 성남지역의 회한에 찬 역사, 그 아롱진 홈과 무늬를 따라 한눈 팔지 않고 진정성을 잃지 않는 성남의 아들, 딸로 나설 이들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미래는 아직 먼 듯하다. 그래, 분명, 헛것을 보았다. 텔레비전을 보았는지 괴뢰비전을 보았는지 헛갈린다. 지금은 다만, 다만, 없는 사람이 그립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