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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바람은 불고 있다”

[독자기고] 쇠고기 재협상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

전주리 | 기사입력 2008/06/09 [00:58]

“이미 바람은 불고 있다”

[독자기고] 쇠고기 재협상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

전주리 | 입력 : 2008/06/09 [00:58]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갔다. 나와 남편, 아이들 둘까지 온 가족이 다 갔다. 거기다 2층에 사는 이웃도 함께 서울 나들이를 가듯이 나섰다.

차가 많이 막혔다. 4시 30분 집회에 참여하려는 계획이 저녁을 먹고 시청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늦춰졌다. 어차피 아이들 때문에 늦게까지 있지도 못할 테니 근처 백화점에 차를 주차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백화점 문 닫을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가면 되겠다 싶었다.

우리만 그리 생각했으랴. 그런 용무로 백화점을 찾은 사람이 식당에 또 있었다. 다만 겉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예전엔 집회에 나온 사람은 모두 한눈에 구별이 되었었는데... 이젠 알 수가 없다.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니까..

자리를 잡았다. 집회는 발랄했다. 공연도 보고 퍼포먼스도 보고 자유발언도 재밌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 제1조’라는 노래도 멋지고..너무 축제 같은 거 아냐?  엄숙하지 않은 집회가 낯설었다.

▲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이제 마을이 될 것이다. 함께 나누었던 진실과 마음을 기억하고 우리 생산자를, 환경을, 마을을 다시 일구어낼 것이다. 그 생각에 난 즐거웠던 것 같다. 꼭 쇠고기와 재협상이 아니라도... 이미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 풀씨가 날리고 있다.      ©성남투데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갖던 100여명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사회자가 이를 전하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서두른다. 당장 청와대로 가서 구하자고... 공연이 두개나 더 남아 있었지만 모두 일어서 행진을 준비한다. 즉흥적이군. 지루한 집회자리를 의무적으로 지키던 10년 전의 내가 떠올라 새삼 웃었다. 세상이 바뀌고 세대도 바뀌고 문화도 바뀌고...

긴장이 흐르지 않는 문화제의 분위기. 사람들이 왜 밤을 세우며 이곳에 머무는지 이해도 갔다. 이건 너무 재밌잖아? 흥도 넘치는...

행진이 시작되었다. 도로에 차가 서고 교통이 마비되니 어차피 움직일 수가 없어 우리도 결국 그날 백화점에 17000원이라는 거금을 주차비로 물고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이 어느새 옆에서 열심히 따라한다. 이런... 좀 당혹스러웠다. 좀 심한 구호도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닌가?

그러다가 마음을 놓기로 했다. 어쩌겠는가? 이것이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일면인 것을... TV나 신문보다 이곳이 더 진짜이지 않은가? 숨기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한참 행진하는데 큰 아이가 화장실이 급하단다. 이런 상황에... 주위를 둘러 화장실을 찾아갔다. 오래 걸렸다. 30분이 지났다. 돌아와 보니 아직도 시위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나온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진을 하고 그것도 밤새 시위를 하고.... 참으로 대단하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즐겁다가 씁쓸하다. 벼르고 별러 날을 잡아 내가 이곳에 나오기가 어려웠듯이 오늘 여기 촛불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아마도 오고 싶은 사람의 10분의 1도 안될 것이다.

광우병 괴담이 퍼지고 있단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통 크게 경제 한번 살려 보자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는 전봇대 뽑는 일이나 촛불집회의 초는 어디서 구했는지를 신경 쓴다. 때마다 공무원들 질타도 잊지 않는다. 참 자잘하다.

그러더니 미국에 가서는 임기 끝난 이빨 빠진 호랑이에게 통 큰 선물을 안겨주고 왔다. 쇠고기 수입만 약속해도 국민이 들고 일어날 판에 월령까지 양보하고 기분 좋게 돌아왔다.

그리하여 온 국민의 관심은 쇠고기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로 범벅이 된 고기에 대한 문제 때문에 육식을 저어하는 사람들에게 ‘안 사먹으면 된다’ 고 말해 강부자 내각의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내 주었다.

안 먹을 수 없다는 것은 바로 드러났다. 집에서야 금한다지만 아이들 급식은 어쩔 것인지 각종 간식이나 군것질에 들어가는 것과 온갖 육수들, 거기다 약이나 조미료에도 들어간다지 않은가?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다 나오는 사실들이다. 도대체 정부는 왜 이런 것들을 모를까?

나는 주민생협을 이용하고 활동도 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협동조합인 생협인의 입장에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잖은가? 당장 한우를 유기축산으로 기르려고 애쓰는 생산자들을 보호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위한 상식을 알려야 한다.

나 혼자 좋은 거 먹고 건강하게 잘 살자고 생협 물건을 이용한 건 아니었다. 생협 물건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생산자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는 것이라고 믿었기에 함께 한 것이다. 그래서 촛불집회는 내게, 우리 가족에게 당연히 참가할 일정이었다.

재협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산 넘어 산이라고, 이 정부 들어서고 터진 일들이 갈수록 ‘악’ 소리 나게 하는데 과연 국민들을 두려워하여 재협상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이 틈에도 한반도 대운하 사전 작업하다가 들통 나고, 이젠 촛불시위를 강제진압까지 한다.

하지만 어떨까? 자기의 권리에 민감한 세대, 그 요구 때문이라도 집회에 참석하고 보고 느껴버린 사람들이다. 앉아 있다보니 다른 많은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다.

처음엔 반국가단체와 같아 보이면 안 된다고 스티커 밑의 단체명을 살짝 찢고 흔들던 사람들이, 이젠 주위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현장에서 느끼다보니 이를 보도하는 주요 일간지가 얼마나 거짓말쟁이인지도 알아버렸다. 어떻게 소통하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를 이 사람들은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이 사람들이 이제 마을이 될 것이다. 함께 나누었던 진실과 마음을 기억하고 우리 생산자를, 환경을, 마을을 다시 일구어낼 것이다. 그 생각에 난 즐거웠던 것 같다. 꼭 쇠고기와 재협상이 아니라도... 이미 바람은 불기 시작했다. 풀씨가 날리고 있다.

물론 쇠고기 재협상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 /주민생협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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