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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 유훈 남기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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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양심’ 유훈 남기고 영면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엄수…국립 서울 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
이희호 여사 답례인사 통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성남투데이 | 기사입력 2009/08/23 [01:57]

‘행동하는 양심’ 유훈 남기고 영면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엄수…국립 서울 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
이희호 여사 답례인사 통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성남투데이 | 입력 : 2009/08/23 [01:57]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3일 오후 2시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사회로 국회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은 사상 최대 규모의 참석자인 3만 여명의 주요 인사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그를 추모하는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3일 오후 2시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의 사회로 국회 앞마당에서 열렸다.     © 성남투데이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국회 본청 앞 제단에 마련된 영결식장에 입장하자 곧 바로 진행된 영결식은 국민의례와 묵념,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인 약력보고에 이어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조사와 박영숙 전 평민당 의원의 추도사 낭독이 이어졌다.

한승수 총리는 조사에서 “대통령님은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오셨습다. 대통령님의 이러한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며 “대통령님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높이 평가하는 우리 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한 총리는 또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큰길을 열고, 2000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일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다”며 “특히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님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강인한 신념과 불굴의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대통령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크나큰 역할을 하셨다”며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에 이어 박영숙(전 평민당 부총재)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박 소장은 이희호 여사의 대학 후배로 여성운동을 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가 결혼하기 전부터 각각 알고 지낸 지인으로 1987년 김 전 대통령이 총재로 이끌었던 평화민주당 창당 때는 부총재로 합류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추도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 말씀대로 깨어 있겠다”라고 말한 뒤 “우리가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한 번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았던 진정한 민주투사, 온갖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불굴의 정치인, 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준비된 대통령, 햇볕정책으로 남과 북의 미움을 녹여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민족의 지도자”로 故 김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특히 박 소장은 “대통령님께서는 용서와 화해를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자신을 그토록 핍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들을 모두 용서하셨다. ‘용서와 화해’라는 귀한 유산을 남기셨다”며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대통령님, 벌써 그립습니다. 늘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선생님, 이제 그 존경과 사랑을 당신께 드립니다. 지난날은 진정 고단했으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로 힘겨운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이희호 여사가 분향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 성남투데이
추도사에 이어 고인의 신앙이었던 천주교를 시작으로 불교와 기독교, 원불교의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고, 영결식장 양쪽 무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리는 생전 영상이 방영됐다. 이 동영상에는 국민의정부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성과로 평가되는 ‘IMF 외환위기 극복’, ‘IT 강국 건설’, ‘6.15 남북정상회담’, ‘2002년 월드컵의 성공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 조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유족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이 김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했다. 헌화 및 분향은 이희호 여사 및 아들 홍일, 홍업, 홍걸 등 유가족, 이명박 대통령 내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전직 대통령(예우), 한승수 장의위원장, 여야 정당 대표, 해외조문사절단, 주한외교단 순으로 진행됐다.

끝으로 성악가 김영미 씨와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 40여명이 조가 '그대 있음에'와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이후 육.해.공군 조총대원들이 조총 21발을 발사하는 의식을 진행하면서 1시간 10여분 만에 영결식이 마무리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라는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편지글로 고인을 배웅하는 사회자의 인사를 뒤로 하며 의장대의 인도로 천천히 운구차가 출발했다.

국회 내에 있는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오후 3시 30분경 본 운구행렬로 갖춰 대형 태극기를 선두로 국회를 출발, 많은 이들에게 슬픈 이별을 고하며 동교동 사저와 김대중 도서관을 둘러본 뒤,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어 버린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3시 30분경 국회를 출발한 김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에 잠시 들렀다. 이 여사는 운구행렬에서 잠시 내려 정세균 당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이 여사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에게 큰 지도자이자 스승이셨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다 이루지 못한 유지를 민주당이 실천하겠다”고 전달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이 오후 4시 25분경 민주당의 국민추모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수많은 인파들이 광화문부터 시청 부근까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맞이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서울광장에 도착한 운구차량에서 내린 이희호 여사는 모여 있던 수 많은 시민들 앞에 마련된 단상에 섰다. 단상에 선 이 여사는 고개를 숙여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여사님 힘내세요”라며 소리쳤다.

이 여사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 기간 동안에 여러분들이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제 남편은 일생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인권과 남북에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과정에서 권력에 회유와 압력도 있었으나 한번도 굴한 일이 없다”고 회고했다.

특히 이 여사는 국민들에게 “남편이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면서 “이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강조했다.

이 여사는 고인의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유훈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는 운구차량에 올라탔으며 고은 시인이 작사하고 가수 신형원 씨가 작곡 노래한 '당신은 우리입니다'라는 추모곡이 서울광장 주변에 울려퍼졌다.

오후 4시 30분경 국민추모문화제에 함께했던 민주당 당원들과 시민들은 운구차량이 서울역 방향으로 움직이자, 노란 풍선을 하늘 위로 날렸다. 전남 함평에서 준비된 나비 3000여 마리도 하늘로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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