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설 명절 대목~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로고

“설 명절 대목~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성남 모란 민속5일장 탐방…손님들은 살까 말까 ‘고심’ 상인들은 탄식과 한숨만 늘어나

곽세영 | 기사입력 2012/01/20 [04:35]

“설 명절 대목~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성남 모란 민속5일장 탐방…손님들은 살까 말까 ‘고심’ 상인들은 탄식과 한숨만 늘어나

곽세영 | 입력 : 2012/01/20 [04:35]
수도권 인근에서 민속 5일장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모란 민속장도 설 명절을 사흘 앞둔 19일 열렸지만, 설 대목 장사를 기대하는 상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무거운 한숨과 탄식만이 가득했다. 
 
▲ 모란 민속시장에서 맷돌로 직접 녹두를 갈아 직접 녹두 빈대떡을 만들고 있는 모습     ©곽세영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과 이에 따른 얇아진 지갑,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날씨까지 우중충하더니 급기야 빗방울까지 떨어져 상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근심이 한 가득이다.

그러나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대목을 맞이해 차례 상 준비를 위한 제수용품 마련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인들과 물건구입에 따른 흥정으로 왁자지껄한 모습이 그나마 설맞이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특히 물건 가격 흥정과 덤이 오가는 모습 속에서 ‘역시 전통 재래 민속시장이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모란장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모란 민속시장 입구부터 떡국 떡을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사람들은 어느 곳이 더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지 둘러보면서 상인들의 인심 씀씀이를 살피는 듯 했다.
 
▲ 미역과 도토리묵을 파는 상인이 설 전이라 떡과 가루를 가지고 내 놓은 모습.     ©곽세영

모란장은 한 번 둘러보는 것으로 전통 재래시장을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갖가지 물품들과 음식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장 입구에서부터 설 성수품인 떡과 대추, 생닭, 곡류, 곶감 등이 많이 팔렸고 시장 안으로 점점 더 들어갈수록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는 팔지 않는 오래된 테이프나 양주,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눈을 끄는 애완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탄천 방향으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코너에서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는 녹두 빈대떡, 호떡, 칼국수, 팥죽 등을 파는 코너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불리는 설 명절 대목이지만, 모란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경기침체와 불황 때문인지 평소보다도 더 걱정과 근심이 가득 차 있어 어두워 보였다.

음식코너에서 녹두빈대떡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예전 경기가 좋았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가스 값이나 물건 값이 많이 올랐고, 손님들도 돈이 없어서 잘 안 와요. 우리도 전략회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 또한 요새는 춥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을 간다. 아무래도 그런 곳은 추위도 덜 타고 편하니까요. 예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 죽을 맛이에요.”
 
▲ 약 33년 동안 모란 민속시장에서 녹두 빈대떡을 만드신 사장님의 모습.     ©곽세영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 대부분도 60~70세 정도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듯 했다. ‘그래도 먹는장사가 제일 낫다’는 말은 아예 옛말이 되어 버린 듯 텅 비어있는 음식코너의 여러 테이블들을 보면서 애써 웃음 짓는 상인들의 얼굴 표정에서 그 실태를 느껴 마음 한구석이 저미어 온다.

간간히 보이는 젊은이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곁눈질로 어떤 물건을 팔고 있는지 구경하는 정도였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장을 구경하고 있는 한 젊은 커플이 눈에 띄었다.

“여기 처음 와 봤는데 사실 구경하러 오지, 물건을 사러 오게 되지는 않아요. 필요한 게 다 마트나 편의점에 파니까.... 굳이 여기까지 오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가족들과 함께 장을 둘러보는 한 가장의 아버지조차 딸들과 애완견을 팔고 있는 곳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고, 손님들 대부분이 남성으로 실제 제수용품 준비나 차례상 등 명절음식 준비를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의외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할인마트가 집 앞에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물건을 사게 되지는 않죠. 그리고 사실 요즘에는 그런 데가 더 싸고 물건이 좋아요. 여기는 국산 콩인지 수입 콩인지 원산지도 제대로 쓰여 있지 않아서 믿기도 어렵고 뭐 그렇죠.”
 
▲ 취재기자에게 포즈를 취하다 말고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시는 모습.     ©곽세영

콩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상인을 믿지 않는 듯 국산 콩이 맞느냐고 연거푸 물으며 구입을 주저하는 아주머니도 눈에 띄었다.

빛깔 좋은 고추들을 비닐에 빼곡히 쌓아놓고 난로 불을 쬐면서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한 부부는 손님도 없이 고추만 잔뜩 쌓여있는 가운데 여유로운 웃음을 짓고 계셨기 때문일까? 취재기자가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발길을 이끌었다.

“손님들 소비율이 예전에는 훨씬 높았지. 경기가 안 좋아져서 잘 팔리지도 않아. 요새 사람들이 수입 고추 많이 먹어서 손님도 없고 장사도 안 돼.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서야 그나마 성수기니까 조금 팔리지.”

추운 날씨에도 작은 난로 하나로 몸을 녹이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부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조차 차마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마른 홍고추를 파시는 부부는 취재기자를 향해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설 성수품인 밤과 대추, 곶감     ©곽세영

모란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미역과 떡, 미숫가루 등을 파는 10년 경력의 한 상인은 현 정부를 향해 하소연을 넘어 원망스러움이 담긴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에서 물건 값을 일 년에 한 번만 올리면 되는데...그걸 몇 개월에 한 번씩 올리니까 저희 같은 중간 상인들만 죽어나는 거죠. 답답합니다. 물건 값이 50~60% 정도가 올라서 2개월 전에 왔던 손님들이 다들 놀라서 물어요. 왜 이렇게 (물건값을) 많이 받느냐고? 일본 방사능 문제 때문에 미역 물량이 전보다 절반이나 줄어서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거죠.”

장을 쭉 둘러보았는데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거나 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나마 곶감을 팔거나 밤을 파는 곳에 젊은 손님들이 몇몇 오갔다.

“곶감이 몇 개 들어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한 박스에 오 만원 씩 하니까 살까 말까 사실 고민 되요.” 곶감을 사러 온 청년은 가격을 되물으면서 살지 말지를 주저하고 있었다.

모란 민속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물가인상에 비해 반대로 계속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판매부진과 가벼운 주머니에 마냥 쓴웃음만 짓고 있었다.
 
▲ 대추,구기자 복분자.     ©곽세영

모란 민속시장도 자체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해야~

60년대에 생긴 모란 민속시장은 교통 혼잡에 따른 주차문제를 비롯해 환경적으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점들도 문제점으로 보인다. 가족끼리 장을 보러온 아버지들은 주차문제 때문에 불편한 마음으로 장을 보아야 하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먹일 것인데 하루 종일 가판대에 놓여있는 음식들에 먼지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의심부터 한다.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깨끗하고 더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거의 오지 않는 등 모란 민속시장도 전통 재래시장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해 보인다.

예전에 모란 민속시장은 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완곡한 반대로 그 위기에서 벗어났고 90년대에는 모란 민속시장 상인회가 구성되어 이전과 달리 좀 더 체계를 가지고 시장을 관리하면서 질서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젊은 사람들을 비롯해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쇼핑 환경을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모란 민속시장의 변화를 유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젊은 사람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생긴 모란장의 풍경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사실상 힘든 부분들도 있겠지만, 상인회에서 그 동안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그들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모란장에는 이런 것도 있다’라는 다른 민속시장과의 차별화 전략과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로 모란장의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 빛이 고운 고추들이 비닐에 꽉 차 있는 모습.     ©곽세영

이와 관련 모란시장상인회 유점수 회장은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사람들끼리 온누리 상품권이나 성남사랑상품권을 선물용으로 주고 받기도하고 상인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가스공사에서 대규모로 장을 보러오기도 하는 등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3월 31일에는 상인회 주관으로 노인잔치를 여는 등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사회공헌활동도 고민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지면서 시장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모란시장상인회를 중심으로 상인과 손님들 간의 소통이 활성화 되고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모란장이 변화된다면, 예전처럼 단순히 구경만으로 그치는 ‘장’의 모습이 아니라 물건을 구입하면서 값도 깎고 덤이 오가는 등 인심과 정이 느껴지는 전통재래시장으로서 활성화가 된다면 모란장의 명성이 더 드높여지지 않을까?

▲ 약 33년간 고추 장사를 해 온 부부의 모습.     ©곽세영

▲ 뭐니 뭐니해도 전통 재래시장에서는 먹는 장사가 최고...그나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음식코너다.     ©곽세영
 
  • 성남 모란전통시장 ‘개고기 판매’ 환경정비 완료
  • 성남 모란 민속5일장 “힘 들어도 너~무 힘들다”
  • 성남 ‘모란 민속시장’에 어르신들 흥으로 가득~
  • “설 명절 대목~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 시민들과 함께한 ‘모란이 꽃피는 시장’
  • 악극 ‘모란이 꽃피는 시장’, 9일 쇼케이스 갖기로
  • “전통과 문화 살아 숨쉬는 모란민속장 만들자”
  • “설 대목은 무슨 놈의 얼어죽을 얘기~”
  • 모란민속시장상인회, 이웃돕기 상품권 기탁
  • 모란민속5일장 명품화사업 추진한다
  • ‘주먹구구식’ 성남 모란민속시장 이전사업
  • 성남 모란민속시장 이전사업 ‘제동’
  • 성남 모란시장의 미래 선보인다
  •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 홈페이지’ 개설
  • 공연문화와 어우러지는 모란민속 5일장’
  • 모란민속5일장, 전통예술과 어우러진 현대적 축제
  • ‘모란민속 5일장 축제’ 개최
  • 모란민속장을 성남의 대표브랜드로!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