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모란 민속5일장 “힘 들어도 너~무 힘들다”【현장취재】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 등 재래시장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썰~렁’“에이, 그러지 말고 1000원만 깎아줘요!”
“나 이거 팔면 천원남는데 천원 깎아주면 나는 뭐 먹고 살우?” “그럼, 500원!” “500원? 에이, 좋다. 500원 깎아는 주는데 다음 장날 또 와요! 경기만 좋으면 그냥도 주는데...” “그렇죠? 요즘 경기가 너무 없죠?”
2012년 9월 30일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24일 오후 모란 민속시장. 4일과 9일. 5일마다 열리는 5일장으로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모란 민속시장을 찾아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네 살림살이는 과연 어떤지 한번 둘러왔다. 성남의 모란 민속시장은 추석이나 설 명절을 앞두고 열리는 경우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가늠해 가장 잘 알아볼 수 있고, 최근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치에 대한 대기업의 반박 등의 사건들이 겹쳐 모란 민속시장을 비롯한 성남시 각 재래시장들은 활성화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여서 24일 모란 민속시장의 추석대목장의 상황은 여러 면에서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모란민속시장이지만, 올 추석 경기를 묻는 기자에게 대부분 상인들은 "대목 같지 않은 대목"이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그도 그럴것이 통상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는 모든 물가가 조금씩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는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과수농가와 채소농가의 피해가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되어 있는 상황이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시민들은 물론 상인들도 울상이 되기는 매한가지 인 듯 했다. 2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사과 홍로 상품 15Kg 한 박스 가격은 평균 6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4880원보다 23.9%올랐다. 또 신고배(상품) 15Kg은 평균 6만1800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4만960원에 비해 2만원 이상 비싸다.
과일 장사를 하는 이모(53)씨는 “재래시장까지 와서 무거운 과일을 사서 들고 가려고 하지 않는데다가 올해는 태풍까지 겹치면서 품질은 예전만 못한데 과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나도 손님들에게 팔기가 미안할 정도다. 막장에 떨이로 해서라도 팔아야지. 남겨서 가져가면 그나마도 손해잖아”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29일장이 한번 더 남았지만, 올해 추석대목 장에서 제수용품 팔아서 돈 벌기는 물 건너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산물 및 건어물 가게도 사정은 매한가지 였다. 수산물 판매장을 열고 있는 김모(58)씨는 “모란 민속시장에 오는 손님들은 시끌벅적 한 분위기도 즐기고 상품도 싸게 사려고 오는데, 예전만큼 다니는 손님도 없고, 물가가 올라서 우리도 물건을 싸게 팔 수가 없다. 그래도 다른데 보다는 싼데...”라면 말끝을 흐렸다.
또 김씨는 “뉴스에서 이번 추석 제수용품 비용이 26만원정도 든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며, “제사상에 싸구려 물건을 올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도 제사 때문에 좀 알아보니까 제일 좋은 것도 아니고, 중간정도 물건을 구입하려면 40만원도 더 들겠더라”고 정부의 물가에 대한 시각을 꼬집었다. 모란 민속시장에서 10년이 넘게 건어물 판매장을 열고 있는 정모(52)씨도 “대목? 그게 뭐요? 그거 옛날 얘기지!”라며 “한 4~5년 전 정도만 해도 명절 대목장만 되면 몇 일전부터 물건 정신없이 준비하고, 장날 손님들하고 재미있게 떠들면서 장사해서 힘들어도 힘든지 몰랐는데, 지금은 그런거 없어. 대목장 준비도 않하고, 그냥 평상시에 하던데로 준비하고 나와서 평상시 대로 그냥 장사하지. 물가가 문제야, 물가가....”라며 판매할 물건들을 정리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그리고 연이은 태풍까지 겹쳐진 3중고를 대한민국 최대의 5일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란 민속시장도 피해갈 수는 없는 듯 했다. 또, 모란 민속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세대 분리가 뚜렷해 보였다. 대부분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대형마트등의 편리성보다 장터에서 느껴지는 사람간의 정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따금 젊은 층이 보이긴 하지만, 물건을 사러 왔다기 보다는 모란 민속시장을 한번 둘러보는 정도로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자신을 15년이상 모란 민속시장 단골손님이라고 소개한 중년의 김모(58)씨는 “내가 여기 매주 나오는데 요즘처럼 상인들이 힘들어하는 건 본 적이 없어. 힘들어도 너무 힘든 것 같아. 젊은 사람들이야 마트다 뭐다 깨끗한 것만 찾지 정을 잘 모르잖아?” 라며 상인과 함께 막걸리를 들이켰다. 그간 손님과 상인에서 단골손님으로 친구처럼 가까워진 상인이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다 위로를 하기 위해 막걸리라도 같이 한잔 해야겠다며 주변에서 막걸리를 구매해와 상인에게 권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모란 민속시장 내에 위치한 대형 주차장에서는 추석명절을 맞아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모란 민속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성남예총(회장 이영식)이 주최하고 한국국악협회 성남지부(지부장 부영희)가 주관하는 ‘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가 개최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전수교육조교인 방영기씨의 사회로 진행된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는 풍물굿패 [두렁]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소리친구회의 ‘부채춤’에 신세대 퓨전 현악 3중주팀 ‘밀키웨이’의 흥겨운 선율이 더해져 많은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뿐 만 아니라, 신현아씨 등의 전통시조 병창과 창부타령 등을 노래한 이향우 경기민요단을 비롯해 퓨전 가야금 가수 박아랑씨의 무대까지 모란 민속시장 추석대목장을 한층 풍성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뜨거운 한낮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모인 400여명의 관람객들은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의 흥겨운 우리 가락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연자들과 함께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의 진행을 맡은 방영기씨는 “요즘 모란 민속시장 등 재래시장이 너무 어려워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오늘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가 모란 민속시장이 조금이라도 더 활성화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란 민속시장에 계시는 상인 여러분들이 모두 흥겨운 국악 가락에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15회 한가위 국악 큰잔치’를 모란 민속시장에서 개최한 의의를 설명하기도 했다.
모란 민속시장 상인회 유점수 회장은 "모든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모란 민속시장의 자부심을 걸고,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여 모란 민속시장 만의 특별한 경쟁력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모란 민속시장을 만들어 달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1960년대에 자발적으로 생성된 모란장이 1990년에 들어 모란 민속시장으로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현재까지 중, 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한 다채로운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혼잡한 주변교통과 고질적인 주차문제는 여전히 모란 민속시장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모란 민속시장 상인회’를 비롯한 모란 민속시장의 상인 모두는 대한민국 최대의 5일장이라는 자부심으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 뿐 아니라, 사람 간의 정이 넘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다.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하여 대형마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고, 모란 민속시장만의 특별함까지 갖춘 특색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