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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신이라야 국회의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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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신이라야 국회의원 되나

〔벼리의 돋보기〕국회의원 지망생 강선장의 주장을 보니

벼리 | 기사입력 2008/01/27 [01:16]

지역출신이라야 국회의원 되나

〔벼리의 돋보기〕국회의원 지망생 강선장의 주장을 보니

벼리 | 입력 : 2008/01/27 [01:16]
“깨끗함(淨)이라는 상(相)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깨끗하지 않음(不淨)은 존재할 수 없다. 깨끗함에 근거해서 깨끗하지 않음이 있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음은 존재할 수 없다(不因於淨相 則無有不淨 因淨有不淨 是故無不淨).” (『中論』, 觀顚倒品)

불교적 사유법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중론은 연기(緣起)의 논리에 기초해서 모든 것이 공(空)하다고 가르친다. 대대(待對) 개념 즉 서로 의존하면서도 대립되는 두 개념은 연기 즉 서로 의존해서 발생하는 것이지 자기동일성을 가진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 연기의 논리다. 가령 깨끗하다는 개념, 깨끗하지 않다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전자는 후자를 전제로 해서만 의미를 갖고, 마찬가지로 후자는 전자를 전제로 해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깨끗하다는 개념, 깨끗하지 않다는 개념 모두 공하다. 두 개념 모두 거짓이름일 뿐 실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개념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언어가 거짓이름으로 쓰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체적으로 가리키는 게 있다고 보는 것은 따라서 전도된 것이다. 결국 연기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에 전도(顚倒)가 발생한다. 이 점에서 인용 구절이 중론에서도 전도를 직시하라는 뜻의 관전도품(觀顚倒品)에 들어 있음은 의미가 있다.

▲ 한나라당 성남시 수정구 당원협의회 강선장 운영위원장의 주장처럼 국회의원 지망생이 지역출신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성남투데이

25일 강선장 수정구 한나라당 당협 위원장이 집으로 보낸 국회의원 예비후보 홍보물을 보았다. 보자마자 유달리 “지역출신 인사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장이 눈에 띄었다. 느낌표도 찍었으니 악센트를 넣은 주장인 셈이다. 이 강한 주장의 배경엔 수정구에서, 그의 어법대로라면 지역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가세한 한나라당 공천경쟁과 이에 강 위원장의 위기감 표출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성남사람으로 살아온 벼리조차 보지도 듣지도 못한 사람들이 수정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겠다고 나선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강 위원장의 위기감이 자신이 관리해온 한나라당 당원들에 한정된 것이라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메시지일 수 있다. 최소한 집안 단속용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국회의원 예비후보 홍보물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것 아닌가. 그래서 뜻밖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밥그릇 싸움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의 논리에 따르면 강 위원장이 주장하는 바 지역출신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반대로 지역출신이 아닌 사람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의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지역출신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실체적으로 가리키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지역출신이 아니어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실체적으로 따진다면 국회의원 지망생이 지역출신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역출신이든 아니든 국회의원이 될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이다. 동시에 유권자적 입장에선 될 만한 사람이 국회의원 되는 것이 지역출신임을 내세워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 오히려 백배천배 이로운 것이다. 같은 성남사람이지만 강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재적 이유이기도 하다.

강 위원장의 주장들에는 그 밖에도 몇 가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첫째, 성남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하는데 뭘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지 제시된 게 아무 것도 없다. 제시된 공약들은 주거 및 교육 복지, 현안이 되고 있는 주민민원, 생활체육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논리적으로 성남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는 전형적인 구호의 정치, 말 뿐인 정치다. 뿐만 아니다. 홍보물 전반에 걸쳐 강한 구호의 정치가 냄새를 풍긴다.

둘째, 검증된 일꾼 준비된 일꾼이라 주장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제로 그간 어떤 일들을 하고 인정받아서 검증된 일꾼이라 하는지 홍보물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또 재개발 앞장서기, 공원로 보상문제 타결, 신흥주공아파트 재건축문제 해결 등 지금 남들이 많이 하고 있는 일들을 제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준비된 일꾼이라 주장하는 것인가. 남들에 의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따라부르기 따라서 실제로 자신이 하려는 일들에 대한 빈곤이 비판의 요점이다.

셋째, 재개발 앞장서기와 관련해 그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남의 일은 이대엽 시장과 함께 하겠다는, 같은 한나라당으로서의 연대 표명을 한 것으로 봐서 동시에 요구되는 연대책임이 전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난항은 이대엽 시장의 무능과 재개발을 흔들어온 그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에는 윤리가 있다. 연대책임 차원에서 공개사과부터 하는 게 진정성 있는 재개발 앞장서기의 출발이 아닐까 싶다.

선거도 치르지 않고 국회에 입성한 그의 대선 당시 행적(?)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이 중요한 것은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정치적 사유와 태도에서 언제 어디서나 자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정치인다운 정치인이 아니겠는가. 과연 이번 총선에 민복후생(民福厚生)의 재능과 함께 자기를 잃지 않은 정치인은 나섰는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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