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황규식의 세상보기] 5.31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황규식 | 기사입력 2006/06/05 [09:51]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황규식의 세상보기] 5.31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황규식 | 입력 : 2006/06/05 [09:51]
한나라당의 싹쓸이, 열린우리당의 참패, 민주노동당의 부진 등 531선거의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참혹했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집권여당의 최악의 참패다. 가히 한나라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과연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통치하는 영역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민심을 천심이라 했다면 천심은 집권정부와 여당의 통치권을 부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천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일어났을까?

혹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의 문제(무능하고 독선적임)에서 찾기도 하고, 혹자는 탄핵국면이후 과반수 의석을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개혁정책을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향우 좌향좌 하면서 갈팡질팡 변죽만 울린 것에 대한 절망과 염증의 표현이라고 보기도 하고, 혹은 서민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심판이라고 한다.  아마도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 지난 2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선거 당선자 당선증 교부식     ©조덕원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원인분석에서 중요한 점이 간과되고 있다고 본다. 531선거가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 선거가 아니고 지방자치선거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이것은 중앙정치이야기 뿐이지 지방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필자는 이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 정치가 민주화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독점화 되어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정치는 철저하게 중앙정치 혹은 대권정치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방정치 혹은 생활정치는 실종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하지만, 내용면(콘텐츠면)에서 보면, 아니올시다다. 

지방자치선거에서 쟁점이 지역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인물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대한 심판과 중앙정치집단에 대한 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앙정부가 임명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제도는 왜 시행하며, 지방자치선거는 왜 한단 말인가?  차라리 정권 중간평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기초선거에도 정당공천제를 함으로써 완전히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켜 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것도 중앙정치집단들이며 그것을 주도한 것은 열린우리당이었다. 그 결과 지방자치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냉엄하게 심판받아 그 정치적생명을 단축하고 말았다. 차라리 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했더라면 한나라당에서 정권심판이라는 명분을 들고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노무현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이 이슈가 되었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판단기준이 되어버렸다. 여기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앙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그것이 모두 중앙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예컨대  성남지역 재개발문제와 같이 중요한 지역현안은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역일꾼을 뽑는데 중앙정부에 대한 심판이 주요한 이슈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정치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민심은 한나라당을 택했다. 소리만 요란했지 제대로 한 일이 없는 집권여당 대신에 차떼기, 성추행, 공천장사로 얼룩졌던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다. 민주노동당도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民心은 天心이 아니라 淺心이라고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 그를 조장한 것이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이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주변에서 절망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지역권력교체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한 목소리도 들리고, 판교임대아파트에 당첨되었으나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한 철거민들의 아픈 소리도 들리고, 여전히 생존에 허덕이는 일용근로자, 장애인들, 영세민들의 한숨소리가 남한산성 계곡을 휘감아 돌고 있다. 이를 누가 치유할 것인가? 이들에게 누가 다시 희망을 줄 것인가?

이런 때 일수록 시민사회단체가 나서야 한다.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데도 앞장서야 하며, 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주는 일도 과감히 추진해야 하며, 우리사회의 새로운 대안세력을 창출하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7,80년대 그 암흑 같은 시절에도 우리는 희망을 버린 적이 없다. 지금은 그때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선은 정치개혁을 추진해야한다. 중앙중심의 정치, 대권중심의 정치, 결과적으로 지방자치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당제도와 선거제도를 개선해야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원래 취지를 말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선거에 있어서 중앙정당공천제의 폐지와   오히려 지역정당을 건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의 분권화는 앞으로 지방자치운동의 주요한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물론 지방자치운동세력의 전국적 연대를 통해서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성남지역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이 아니라 잡탕정당으로 퇴색되었음이 입증되었고, 민주노동당도 대안정당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정치세력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대적 소명이 제기된 것이다. 작년에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그 조직은 특정정당후보의 사조직화 되었으므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사적인 욕심으로 촐랑거리는 조직이 아니라 성남지역의 장기적 발전전략을 토대로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풀뿌리 정치조직을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세 번째로 시민운동단체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원칙에 충실하되 뜨거운 가슴으로 각자 고유한 활동들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원래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고 시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데 그 존재의의가 있을 것이다. 복지단체들은 양극화로 고통받은 서민들과 장애인,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 정책활동과 봉사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자치운동단체들은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활동을 강화하여 부적절한 예산낭비와 권력남용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환경단체들은 개발과 환경보전이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가일층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감시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더욱 보수화 될 것이며, 보수정치세력들의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으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환경은 파괴되어 갈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역사의 퇴보라고까지 하기도 한다. 하나 필자는 이를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믿고 싶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어지러운데 날씨마저 여름 날씨다. 이런 때일수록 필자는 장자의 말씀을 생각해본다. 

 “小智는 間間하고 大智는 閑閑하다”
 작은 지혜는 바쁘고도 바쁘고 큰 지혜는 한가롭고도 한가롭다는 의미이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공인노무사)
 
 
#. 5.31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성남투데이 독자들의 기고를 받습니다.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향후 전망 등에 대해서도 좋은 고견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내용과 원고분량은 상관없습니다.(보내실 곳 news@s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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