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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정치참여, 그리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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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정치참여, 그리고 민주주의

[황규식의 세상보기]'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출범을 보며

황규식 | 기사입력 2005/03/15 [02:02]

시민운동의 정치참여, 그리고 민주주의

[황규식의 세상보기]'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출범을 보며

황규식 | 입력 : 2005/03/15 [02:02]
봄이 왔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남한강으로 나들이를 갔었다. 강변 양지바른 곳에는 언땅 사이로 봄풀이 돋아나 있었다. 아직은 꽃샘추위로 겨울옷을 벗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햇살은 여간 따사롭지 않았다.
 
봄이 온 것이다.
 
만물이 기다리던 봄이 온 것이다. 메마르고 꽁꽁 얼어붙은 땅밑에서 에너지를 응축한 씨앗들 못지않게 우리네 인간들도 유난히 봄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춥고 배고프고 갑갑할수록 봄을 그리워하였다. 독재정권의 압제에서도 분단된 민족의 암울한 현실 앞에서도 사람들은 민주주의 봄을, 통일의 봄을 노래하였다. 이렇듯 봄은 뭇생명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계절이요 생명의 원천이었다.
 
▲희망21준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로비에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남투데이

이른 봄날, 우리가 사는 동네 성남에서도 봄소식이 들려왔다.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이 그것이다. 진정한 참여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한 희망의 등대가 되고자 발족한다 하였다.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가 시민운동은 하지 않고 정치에 참여를 하느냐고 실눈을 뜨고 보는 이도 있고, 입에 거품을 물고 삐딱하게 노려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민단체는 감시활동이나 비판, 정책제안이나 하는 단체라는 관념이 콱 박혀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시민운동자체가 정치활동이었다. 정치활동이란 우리 사회의 제반 가치를 권력을 매개로 분배하는 활동이다. 이미 시민운동은 독점화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가치들을 재분배하기를 촉구하고, 여론의 힘으로 강제하기도 하는 정치활동을 수행해왔다. 여기에서 이런 원론적인 문제를 시시콜콜히 거론할 수는 없겠지만, 시민운동이 발전하게된 가장 큰 동력도 국민을 소외시키는 제도권 정치 때문이었다. 선거를 매개로 민주성을 실현하는 대의민주주의는 그 일꾼들이 주인인 민초들을 배반하고 소외시킴으로써 민주제도로서의 생명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비단 중앙정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지방정치가 훨씬 더 비민주적이고 소외된 정치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민주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지방자치제였고 이는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해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지방정치란 말 대신에 지방자치란 말을 쓴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선거 때만 주권자였고, 선거가 끝나면 국외자였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민의의 대변자요 시민의 심부름꾼임을 자처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만다. 그들이 허구한 날 제 밥그릇만 챙기고 정쟁을 일삼아도 시민들은 그들을 나무랄 수도 소환하여 처벌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표가 되고 돈이 되는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지방자치제도를 유린하였다. 이는 줄줄이 구속되는 부패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수만 명의 시민이 직접 청원한 시립병원설립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는 성남시의회 등에서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이제 시민들은 소외된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찾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직접 통치하고, 진정한 대리인을 의회나 행정기관에 파견하여 시민의 재산(세금)을 사용하게 하려는 것이 바로 주민자치운동이다. 그 대리인이 주인을 배신하면 당연히 소환하여 질책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파직시키는 제도와 힘을 가지는 것이 주민자치일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정치활동이자 시민운동의 한 형태이다.
 
시민운동이란 고정된 관념이 아니다. 시민운동은 단지 무엇이어야 한다라는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법과 제도는 태초에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후세까지 영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 우리는 좀더 많은 직접민주주의와 더불어 잘사는 공동체를 원하고 있다. 주민자치야말로 이 시대의 정치이며, 시민운동의 당면과제이다.
 
봄이 왔다.
어서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화사한 개나리와 진달래도 보고 싶고
소박한 제비꽃, 슬픈 라일락도 보고 싶다.
 
/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 공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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