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어울림이 있는 가을 나들이’

2007 성남지역아동센터연합회 학부모 캠프 열려
가족참여형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위한 학부모의 밤

나선미 | 기사입력 2007/09/10 [09:05]

‘만남, 어울림이 있는 가을 나들이’

2007 성남지역아동센터연합회 학부모 캠프 열려
가족참여형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위한 학부모의 밤

나선미 | 입력 : 2007/09/10 [09:05]
8일 토요일 아침. 성남시 단대오거리에 모처럼 상쾌한 날씨 만큼이나 상큼한 차림의 엄마 아빠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 너, 우리 - 만남과 어울림이 있는 가을 나들이>를 떠나는 성남지역아동센터공부방연합회(회장 정경미, 이하 성지연) 학부모들이다.

이날 행사는 여성가족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함께여는교육연구소(소장 이광호)가 주관하는 ‘가족참여형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학부모의 밤’ 사업 행사 중 하나다.
 
▲ ‘가족참여형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학부모의 밤’행사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성지연 교사들.     © 성남투데이

‘학부모의 밤(Parent's Night)’이란 학부모를 학생교육의 동반자로 참여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주최하는 활동으로, 영미권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정착되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극소수 학교에서만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학부모 활동은 주로 낮 시간대에 이루어져 일부 적극적인 학부모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부모, 특히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의 부모들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들도 학교 행사를 참관하고 지원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많아도 정작 자녀의 학교생활과 진로에 대해 교사와 의견을 나누거나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운영방침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학부모의 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 따라서 학부모 모임이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열리게 된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는 ‘학부모의 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2006년 시범실시학교 3개교(초, 중, 고 각 1개 학교)를 선정하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자녀와의 의사소통, 아이에게 맞는 학습법, 게임중독 예방, 학부모 코칭, 자녀 진로지도, 영어교육 등)에 대한 ‘학부모 교육프로그램’을 학교별로 4~5회씩 실시했다.

지난 5월부터 7월에 걸쳐 3개 시범학교에서 학교급식 체험, 담임교사와의 상담, 자녀에게 편지쓰기, 문화행사, 부모 교사 마음 읽고 마음 나누기, 학생활동 동영상 보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부모의 밤’ 행사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에서 특히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 및 한 부모 가정의 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고민하고자 했다.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가족지원 사업의 의미를 더욱 살리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성지연과 함께 저소득층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회의를 거쳐 ‘2007 성지연 학부모캠프’를 마련하게 된 것.
 
▲ 자식들이 아닌 학부모들 스스로 본인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만들면서 한뜸 한뜸 바느질을.....     © 성남투데이

저소득 맞벌이 가정,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지연 소속 공부방 교사들은 부모님들이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2007 성지연 학부모캠프’는 이런 취지로 마련되고 실시되었다. 성지연 소속 공부방 중 성남꿈나무학교, 즐거운학교, 새롬지역아동센터, 1318해피존 모람아지트가 이번 캠프에 참여했다.

7명의 아버지를 포함해 50여명의 부모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단강리. 밤나무로 둘러싸인 숲이 있고 계곡물이 흐르고 마을이 있는 소박한 곳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부모들은 벌어져 떨어진 밤을 줍느라 바쁘다. “밤나무에 열린 밤을 직접 본건 처음이예요” 한 엄마가 아이처럼 좋아하며 웃는다.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준비한 정갈한 점심을 마친 부모들은 한편에 마련된 <우리아이 안심 호루라기 만들기> 코너에서 여러 가지 모양을 가위로 오리고 스티커를 붙여서 예쁜 호루라기 목걸이를 만든다. 하트모양의 호루라기 목걸이를 하나 다 만든 아빠가 다른 색깔 부직포를 집어들며 하는 말. “우리 아이가 둘이라 두 개 만들어야 돼요.”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 밖으로 나가보니 멋진 모자와 스카프, 여러 가지 장식을 화려하게 하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느라 한바탕 야단이 났다. 삶에 지친 부모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다시 둥글게 둘러앉은 부모들과 함께 자기 이름 정하기가 시작됐다. 평소에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적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 남편과 함께 온 한 엄마, “저는 이쁜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평소에 남편이 못난이, 못난이 해서요. 오늘은 이쁜이로 불러주세요.” 남편이 멋쩍게 웃는다. 바보온달, 평강공주, 요리사, 채시라, 김혜자... 불리고 싶은 이름도 다양하다.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사람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샐러드 놀이. 각자 한가지 과일이 되어서 그 과일들이 자리바꿈을 하는 동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이 술래가 되는 놀이다. 엄마아빠들이 엉덩이를 들고 미리미리 떠날 준비를 한다.

한동안 몸을 푼 다음 이제는 마음 내려놓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만들어 보라며 부드럽고 예쁜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의 천들과 바느질 도구를 내놓자, 모둠별로 모여앉아 도안을 그리고 바느질을 시작한다. 하트모양, 오리, 곰, 코끼리, 물고기 등의 본을 이용해 천에 도안을 그린다.
 
▲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춤세라피.....     © 성남투데이

본을 쓰지않고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딸이 속만 썩히는 것 같더니 오늘은 엄마 놀러가라고 가게를 보겠다고 하더라. 다 큰 것도 같고...” 학교를 잘 안다니는 청소년 딸을 둔 엄마가 바느질을 하며 한마디 한다.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혹은 호탕하게 웃으며 바느질이 이어지고 시간이 흐르자 솜이 나온다. 솜을 채워서 인형을 만드는 것. 색동줄무늬 돌고래, 꽃무늬 오리, 치마를 두른 사람인형, 작은 하트...

엄마아빠들은 자신이 만든 인형을 이리보고 저리만지고 하며 들여다본다. 표정은 꼭 아이들 같다. 예쁜 천과 나뭇잎, 밤송이가 놓여진 테이블에 자기가 만든 인형들을 마음대로 놓아둔다. 그리고, 예쁜 편지지가 하나씩 주어졌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잔잔히 흐르던 음악이 갑자기 빨라졌다.

진행자가 하는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쑥쓰러워하던 아빠들도 슬슬 움직이고 큰 동작들이 나온다. 화사하고 부드러운 천들이 쏟아져 나오자 천을 하나씩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춤세라피.

광란의 춤 시간이 끝나고...모두들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의 찬기운이 등을 식히며 숨을 고른다. 조용히 음악이 흐르고 각자 자신의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이제 자신에게 또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편지는 진행팀에서 직접 부쳐준단다. 편지는 항아리에 모이고 사람들은 어느새 친해졌다.

저녁은 연꽃이 있는 연못가 잔디밭에 숯불에 구워먹는 돼지고기로 준비되어 있다. 끼리끼리 모여앉은 부모들은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어느새 향기로운 촛불이 연못가에 놓여져 있다.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리는데 서로서로 손을 잡고 ‘만남’을 부르며 오늘을 아쉬워한다.

성지연 김미정 사무국장은 “부모님들이 하루 어렵게 시간을 냈는데 스스로 마음을 풀게된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이런 계기를 살려 이후에 좀 더 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로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모님들이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 참여한 몇 개 기관은 학부모 모임과 관련해 작은 파장이 있을 것 같다”며 “교사나 시설장들도 이런 모임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가능성이 있을까 하면서 엄두를 못냈는데 이번 행사를 진행하면서 잘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좀 느낀 것 같아 이후 학부모 행사를 좀 더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김 국장은 “개별 기관도 모이기가 힘든데, 여러 기관이 함께 모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이번 행사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서 매우 뜻 깊었다”며 “앞으로 성지연 전체 차원에서 후속적으로 이번 계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함께여는 교육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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