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을 하는 것은 너무나 일상적인 생활이 되었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 이런 일상의 자유를 구속하려 든다면 당신은 어떤 행동을 취하겠는가.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는 선거법 개정안에서 인터넷에 상대후보 비방,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자서명제'를 추진한 데 이어 '통신자료제출요구권'까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자료제출요구권이란 전화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 선거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관련인의 성명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이용기간, 이용요금 등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강제하는 제도다.
만약에 이 두 법안이 통과된다면 인터넷 매체의 선거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신문협회, 민언련 인터넷분과 등 언론단체들과 언론사의 반발과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는 지난 5일 ‘전자서명제 폐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정개특위에 ‘통신자료제출요구권를 즉각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프레시안(www.pressian.com) 박태견 편집국장도 정개특위의 통신자료제출요구권에 대해 “언론사에 취재수첩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며 선거법 개정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인기협 이준희 사무처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선거기간 동안 현재 인터넷 매체들의 자유로운 글쓰기 게시판을 선거법에 맞게 개편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2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고 선거가 끝나면 인터넷 언론의 특성상 원래의 게시판으로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인터넷 매체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고 했다. 또 “게시판을 선거법에 맞게 개편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는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 선거보도를 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선거활동 제한에 대해 고려대 박동진 교수는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현상들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 교수는 “선거운동을 제한한다고 해도 현역 정치인들의 활동은 의정활동과 지역구 관리가 되지만 정치신인에게는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는 만큼 기득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고 보았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서 선거활동 제한에 대해 “정치인들의 인터넷 활용이 전체의원 20~30%밖에 되지 않으며, 16대 선거기간 웹사이트나 홈페이지 활용이 약 50.3%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따라서 후보자 홍보와 정책선전을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치신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계속해서 박 교수는 “인터넷 상의 흑색선전과 유언비어 유포가 실제 선거에서 당락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다”며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인터넷에서 선거활동 제한은 ‘정치에 대해 후보자와 유권자가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할 뿐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