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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보야? 삐라야?'
'분열과 증오의 정치, 수구 냄새가 난다'

[분다리의 세상읽기] 고흥길후보의 선거공보를 살펴보니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4/06 [06:29]

'선거공보야? 삐라야?'
'분열과 증오의 정치, 수구 냄새가 난다'

[분다리의 세상읽기] 고흥길후보의 선거공보를 살펴보니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4/06 [06:29]

한나라당 고흥길후보가 분당갑 선거를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 대결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6일 유권자들에게 도착된 고후보의 선거공보에서 드러나며, 특히 2,3쪽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2,3쪽에서 고후보는 우선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색상과 이미지를 쓰고 있다. '삐라'를 대하는 느낌이 일어 등골이 오싹해진다.
 
고후보는 윗부분에 의도적으로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제목을 달아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한다. 또 밑부분에는 흑백으로 V자를 그린 노무현대통령, 집회장면, "청년실업의 주범 노무현"이 쓰여진 피켓, "갈라선 국론…눈물…만세…극한대립", "다르면 무조건 적…친노/반노 '사생결단'"이란 신문기사 제목 등의 이미지를 마구잡이로 배치해 역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고흥길후보의 선거공보는 마치 \'삐라\'를 보는 느낌이다.     © 우리뉴스

 
내용은 어떤가? 2쪽의 경우 "지난 1년, 행복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제목으로 달고 이에 "대통령이 법을 안지키면 어느 국민이 법을 지키겠습니까?",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답변들을 늘어놓고 있다. 이는 지난 1년간 유권자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법을 안지켜서, 분열과 증오의 정치 때문에, 남미의 아르헨티나처럼 될 우려를 떨치지 못해서라는 고후보의 답이다.
 
그러나 이는 탄핵에 대한 여론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 다수 유권자들이 탄핵을 거대야당의 횡포로 보는 시각과 정면에서 대립된다. 곧 다수 유권자들의 뜻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고후보가 "탄핵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지만, 이를 통해 대통령이 달라질 수만 있다면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은 그걸로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다수 유권자들의 뜻조차 짓밟으며 오로지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는 '반노'에 탄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바로 다수 유권자들의 뜻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편집증!
 
고후보는 남에게 해가 되고 나에게 득이 된다면 어떤 말이든 서슴지 않는다. 사람의 죽음까지 이념 대결에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의 구차한 변명 때문에 한 집안의 가장이 자살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오불관언(吾不關焉), 아니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한강에 투신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은 남 사장의 죽음을 정치권에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인들의 조문도 사양해버렸다. 선거공보에 사람의 죽음까지 끌어오다니!
 
고후보는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는 답변에 이런 설명을 늘어놓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면 증오의 대상이 됩니다. 어느 작가는 총을 들고 싶다고까지 하였습니다. 어느 철학교수는 TV에 나와 젊은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선동을 하고 있습니다. 테러의 협박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젠 그만해야 합니다. 여기서 더 가면 나라가 정말 큰일 납니다."
 
이 설명이 노리는 효과는 무엇인가? 불안심리의 자극이다.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선동하는 세력이 판을 치고 있다는 식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고후보는 이렇게 함으로써 불안심리 자극은 물론 적대적인 시선을 유도해내고 있다. 이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하는 편향적인 시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이야말로 이분법적 사고이며 분열과 증오의 정치 아닌가!
 
고후보는 3쪽에서 "촛불시위의 자유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잊으면 안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반독재민주화투쟁이 한창이던 지난 80년대에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 정치부장으로 재직하며 5,6공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를 썼다. 이런 그의 전력은 거대야당의 반주적인 횡포를 규탄하는 촛불시위와 반독재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해온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반하는 것이다. 5,6공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기사를 쓴 그가 촛불시위의 자유를,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언급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후보는 선거공보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암만해도 총선을 이념 대결로 치르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우리 시대에 이런 이념적 대결은 현실에 결코 맞지 않는다. 세계사적으로 냉전의 종식과 심지어 '제 3의 길'까지 등장하질 않았나. 고후보는 적극적인 탄핵옹호론을 펴고 있다. 대신 자기성찰, 한나라당의 자기개혁의 목소리는 찾아 볼 수 없다. '수구' 냄새가 난다.
 
어떤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일까? 다시 한번 확인해두자. 한나라당이 즐겨 말하는 '말없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이미 탄핵을 자행한 거대야댱의 횡포에 대해 거리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여론조사결과에서 보듯 이미 거대야당을 불신의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그렇다면 고후보가 겨냥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말없는 다수의 유권자들이 아니다. 여론조사에 말하는 이른바 '부동층'도 아니다. 고후보의 선거공보는 어느 당을 찍을까 하고 신중히 고민하는 적잖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 배려도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흥길후보의 선거공보는 열린우리당 허운나후보의 선거공보가 탄핵에 대한 일체 언급을 자제한 채 지역정책 공약으로 채운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다시 묻자. 한나라당 고흥길후보는 어떤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일까? 이른바 한나라당 막대기표인가? 오는 4월 15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분당갑 유권자들이 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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